영국 런던의 노숙인[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시도한 노숙인 보호대책이 의외의 결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봉쇄령 며칠 뒤인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노숙인들을 실내에서 보호하자는 서한을 사회사업단체들에 보냈다.
자선단체들은 이에 따라 노숙인들과 접촉해 휴대전화기를 나눠주고 정부가 확보한 홀리데이인, 트래블로지스, 베스트웨스턴 등 호텔 객실에 투숙하라고 안내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투숙객이 실종된 이들 호텔을 징발해 빌려 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거나 봉쇄령 때문에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워진 노숙인들은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고 앞다퉈 호텔로 몰려들었다.
중앙·지방 정부, 자선단체, 공공의료기관인 국민건강서비스(NHS)가 협력해 시행한 이 프로그램에 따라 호텔에 묵게 된 노숙인들은 런던 1천800명을 포함해 5천400명에 달했다.
노숙인들은 샤워실, 비데가 달린 변기, 텔레비전, 침대를 이용하고 하루 세 차례 식사를 제공받으며 사회복지사들과 매일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선데이타임스는 사로잡혀 거리에 나앉은 노숙인들의 심리가 한 달 동안 이어진 호텔 투숙을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영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속에 자가격리를 선언한 노숙인[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당뇨병과 천식 등 지병 때문에 코로나19가 더 무서워 호텔을 찾은 노숙인인 에리스(55)는 "미래를 생각할 기회가 왔다"고 털어놓았다.
에리스는 "내 삶을 다시 추스르고 뭔가 유용한 일을 하고 싶다"며 "학교에 가거나 사회적 복지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간호사였다가 퇴행성 척추질환 탓에 퇴직한 뒤 친척들의 집에 살았으나 거기서 학대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