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과 불법도박, 범죄의 공생] ①진화하는 성착취, 사건의 재구성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 운영자
204개 계정 3620개 파일 탈취
불법도박 VIP엔 영상 직송 특혜
“한 건당 2만원” 고액 알바로 접근
영상방 홍보 하라며 몸사진 요구
거절하면 개인정보 빌미로 협박
총판들, 성착취 도구 삼아 영업 경쟁
영상 사들이거나 직접 제작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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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가명)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지난해 6월, 정연수는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 속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발밑이 푹 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공포가 엄습했다. ‘부모님이 봤을까’ ‘친구들이 알진 않을까’ 온갖 상상을 하다가 지웠던 전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더듬더듬 눌렀다. “우리 동영상 왜 유포했어?” 그는 당황하며 “갑자기 전화해서 뭔 소리냐”며 화를 냈다. 상황을 설명하고 추궁했다. 그는 “죽어도 모른다”며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기다리는 동안 고통과 분노의 시간이 겹으로 흘렀다. 한참 더딘 수사가 끝난 뒤, 전 남자친구의 말대로 그가 유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에선 연애 시절 두 사람이 공유했던 네이버 클라우드가 중국의 한 조직에 의해 해킹됐다고 했다. 그 영상만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영상과 사진이 함께 해킹됐고, 이 자료는 불법도박 사이트에 ‘경품’으로 올라갔다.
중국 해킹 조직의 도움을 받아 정연수의 영상과 사진을 불법도박 사이트에 올린 범인은 공범 5명과 함께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던 조아무개(30)씨였다. 조씨는 중국 해킹 조직으로부터 네이버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사들여 204개의 계정을 들여다봤다. 조씨가 탈취한 사진과 영상은 파일로 3620개, 용량은 8.2기가바이트(GB)에 달했다. 조씨가 중국의 해킹 조직과 어떻게 연계된 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금도 텔레그램을 검색하면 ‘해킹으로 영상 등을 채굴해주겠다’는 방을 쉽게 검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