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키 안 쓰는 ‘대통령 호텔방’…나훈아도 묵은 313호 [영상]

2024.04.28 방영 조회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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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텔 313호 응접실 모습. 최예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방을 언론에 공개하는 건 처음입니다.” 313호실 문을 양손을 밀어 열며 이종두 유성호텔 총지배인이 말했다. 진갈색의 고풍스러운 나무문에는 장미문양 철 손잡이와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이 지배인은 “회장님 지시로 이 방만 카드키로 바꾸지 않았다”며 “문과 손잡이도 40년 넘게 그대로 달려있는 것”이라고 했다. 1915년 영업을 시작하고 109년 만인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의 유성호텔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313호실은 호텔이 사라진 뒤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313호실은 호텔 누리집에 ‘로열 스위트 더블’로 하루 숙박료 ‘110만원’이라 소개돼 있지만, 일반인에게 대여된 적은 없다. 저명 인사들에게만 숙박이 허용된 ‘브이아이피(VIP)실’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4일 지배인의 안내로 둘러본 객실 내부는 가구와 조명, 문틀, 액자 모두 옛것 그대로였다. 313호실의 시간은 1970년대에 멈춰 있었다. 313호실의 탄생은 197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와대가 유성호텔 쪽에 ‘VIP용 방을 만들라’고 했다. 유성호텔은 ‘대통령의 방’을 맞춤 설계했다. 일반 객실이 없는 3층 한쪽에 313호와 312호를 나란히 두고 두 방 바깥에 큰 문을 하나 더 설치했다. 312호는 비서나 수행원이 사용하는 온돌방이었다. 313호는 큰 응접실과 욕실이 붙어 있는 침실, 작은 주방이 달린 식당으로 공간을 나누고, 그 안의 가구는 탁자·소파·침대·식탁·의자·장식장·서랍·협탁·옷걸이·거울 모두 진갈색의 앤티크 풍으로 통일했다. 쓰레기통·휴지곽까지 같은 색의 나무 재질로 하고, 방문·문틀과 천장 마감재도 비슷한 색으로 맞췄다. 가구 대부분 1966년 설립된 한국가구 것이었다. 응접실·침실·식당엔 각기 다른 디자인의 샹들리에를 달고 응접실의 벽에도 크리스털 조명을 군데군데 달아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욕조는 거품 발생 기능을 갖춘 독일산이었다. 세면대가 있는 파우더룸 겸 드레스룸도 침실과 욕실 사이에 마련했다. 주방 싱크대는 그릇 살균기가 딸린 ‘거북표씽크’ 제품이었다. 응접실과 식당에는 1977년에 그려진 풍경화, 침실에는 1976년 작품인 정물화가 걸려 있었다. 이 지배인은 “풍경화의 배경이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정확한 사실은 모르겠다”고 했다. 복도 쪽에서 바라본 313호 응접실 모습. 최예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방의 가장 큰 특징은 벽이었다. 유성호텔 기록화 작업을 진행 중인 이상희 목원대 교수는 “당시 도면을 보니 313호 벽 안에만 모래를 채우는 것으로 설계됐다. 일반 객실에 견줘 두께가 2배 정도인데, 방탄·방음 용도로 보인다”며 “1970년대 대통령 전용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된 공간은 전국에 이 방이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313호실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방’으로 쓰였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만 이 방에 묵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방이 아닌 다른 객실을 쓰겠다고 했으나, 투숙 당일 남은 방이 없어 313호에 묵었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이 방을 사용한 후보가 인근의 다른 호텔에 묵은 후보들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313호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생전 유성호텔의 단골 고객이었던 김종필 전 총리는 이 방에서 한 번도 잔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지배인은 “김 전 총리께 313호에서 머물 것을 권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사양하고 항상 718호실에서만 주무셨다고 회장님한테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 외에 313호를 쓴 사람은 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과 가수 나훈아 정도라고 한다. 313호 옆에 붙어 있는 312호실 온돌방. VIP 수행원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 보인다. 최예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13호와 312호로 통하는 입구. 최예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13호실도 유성호텔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이 지배인은 “코로나 시기 손님이 한동안 줄긴 했지만, 곧 회복해 경영상 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시설이 너무 노후화해 이대로 호텔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게 폐업의 결정적 이유”라고 했다. 호텔 자리엔 주상복합과 함께 다른 브랜드 호텔이 들어선다. 유성호텔은 313호실뿐 아니라 보존 가치가 있는 호텔 집기와 자료를 모두 대전시에 기탁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오는 8월까지 유성호텔 기록화 작업을 진행한 뒤 호텔 집기 등을 옛 충남도청으로 옮겨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제창 대전시 문화유산과장은 “전시 이후 호텔 집기의 활용 방안은 아직 논의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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