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5개 없는 ‘국가대표’ 골키퍼의 7년 [영상]

2024.05.23 방영 조회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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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수씨는 2011년 산업재해로 왼쪽 발가락 5개 전부를 잃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영수(64)씨는 매일 아침 왼발 앞쪽에 붕대를 감고 집을 나선다. 붕대는 발가락 5개를 대신해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모양이 흐트러진다. 그때부터 발에 부담이 가해지고, 통증이 얹어진다. “걷다 보면 붕대가 움직이는데, 발바닥이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파요.” 문씨는 13년을 이렇게 지냈다. 2011년 문씨는 철근 가공업체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3m가 넘는 철근이 왼쪽 발등 위로 떨어졌다. 응급실로 실려 갔지만 발가락은 이미 괴사한 상태였다. 발가락 5개 전부를 절단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9개월 뒤 복직했다. 7개월 만에 비극이 다시 찾아왔다. 또, 왼쪽 다리였다. 5t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호이스트 후크(철근 등을 옮기는 고리)가 기계 고장으로 갑자기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떨어졌다. 미처 피하지 못한 문씨의 정강이뼈가 으스러졌다. 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한겨레와 만난 문영수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몸이 망가진 문씨는 더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머물던 회사 기숙사에서 나온 뒤 지낼 곳을 찾아 전전했다. 치매 초기인 어머니와 조카가 지내는 친형 집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술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었고 인생에 대한 절망감은 짙어졌다. “왜 내 인생은 이 모양인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날도 술에 취해 있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시선이 멈췄다. 자신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용기를 얻은 문씨는 아픈 발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이걸 못 견디면 앞으로 어떤 힘으로 살아갈 건가 싶었어요. 중간에 그만두는 건 스스로에 대한 포기라고 생각했죠.”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문영수씨(오른쪽 두 번째). 빅이슈코리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의 판매원 일을 시작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동료에게서 “빅이슈에서 일하면 매임대주택 신청과 ‘홈리스 월드컵 출전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가하고 싶었다. 훈련과 대회 기간에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오래는 뛸 수 없어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가 됐다. 2003년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은 50여개 국가의 홈리스가 매년 축구 경기를 펼치는 국제 축구대회다. 홈리스는 거리 노숙인만 뜻하지 않는다. 최근 1년 동안 불안정한 주거 상태에 있거나 최소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 사는 주거빈곤층도 홈리스라 부른다. 마약·알코올·도박중독치료시설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문영수씨가 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 삼성역에서 빅이슈 잡지를 팔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팀은 2010년부터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해왔다. 2017년 한국팀은 중독치료시설 이용인과 위기 청소년, 빅이슈 판매원이 모인 팀으로 구성됐다. 주거가 불안정하던 문씨도 합류했다. 2번 이기고 10번 졌다. 그래도 문씨는 승리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홈리스 상황이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저도 우울해 하지 않고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문영수씨가 5월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독자들에게 나눠 줄 캘리그라피를 쓰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씨는 7년째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홈리스 월드컵에 다녀온 직후 캘리그라피(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를 배워 작가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에 몰입하는 동안에는 발의 통증도 잊었다. 정성껏 쓴 캘리그라피를 빅이슈 잡지 독자들에게 나눠주니 단골도 생겼다. 지난해 1월부터는 공공근로로 환경 미화 일도 시작했다. 오전에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오후에는 잡지를 판다. 지난 3월 일본 다양성컵에 참가해 골키퍼를 하는 문영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씨는 7년 만에 다시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갔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다양성컵 축구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다양성컵은 성별, 소득,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구대회다. 결과는 7승 0패. 모든 경기에서 이겼다.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건 좋은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오는 9월에는 서울에서 홈리스 월드컵이 열린다. 대회 규칙상 두 번은 선수로 뛸 수 없지만 문씨는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자원봉사자로 행사 진행을 돕고, 외국 선수들도 반갑게 맞이할 생각이다. 글·사진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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