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논란 줄고 경기 몰입도 높아져...“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 보여주는 사례”

2024.06.17 방영 조회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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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정확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휴먼테크놀로지어워드(HTA2024)가 대상으로 선정한 기술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인공지능(AI)과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공의 움직임을 기계가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성공률이 99.9%에 이른다. 야구에서 인간 심판이 해오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로봇이 대신하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다. 세계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가 도입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이 많다. 한국야구위원회 이경호 홍보팀장은 “스트라이크 존 판정의 근간이 되는 야구공 트레킹 기술은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전력분석을 위해 사용됐지만 본격적으로 로봇 심판에게 판정을 맡긴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2020년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도입했는데, 볼이 통과한지 3.5초 뒤에야 스크라이크 판정이 이뤄지는 결정적 문제 때문에 본격 도입되지 못했다가, 시간 단축에 성공하면서 2023년 퓨처스리그에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우려와 논란을 뚫고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도입한 데에는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작용했다. 스크라이크 존은 3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간 심판이 야구 규칙에 정해진 대로 스크라이크 존을 판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경험이 풍부한 심판들도 6~8%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에 대해 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질적인 오심 논란이 줄어들면서 경기에 더 몰입할 수 있어서다. 스크라이크 판정은 로봇 심판에 맡기고, 인간 심판들은 다른 판정에 집중할 수 있어 경기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심판들의 입장에서도 잘못된 판정이나 오류들이 생중계될 때마다 쏟아지는 비난으로 인해 심리적 중압감이 상당히 컸는데, 로봇 심판이 역할을 대신하면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ABS 스트라이크 존.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판의 저항은 없었을까? 이경호 팀장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도입할 때 심판들을 대상으로 여러차례 설문을 진행했다”며 “한국야구위원회 소속 심판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분들이고, 대우도 안정된 정규직인데도 이 분들이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심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밖에 없다. 생중계로 자신의 실수가 나갈 때 들어야 하는 비난, 심리적 압박감, 특정 팀에 유리하게 판정한다는 비판들로 인해 중압감이 매우 큰데,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으로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 이후, 베테랑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인간 심판의 편향이 제거되면서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등 예기치 못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선수들이 새로운 제도를 경험하고 적응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한데다가, 수십년간 몸으로 익힌 것과 기계의 판정이 다른 데 따른 혼란이 적잖다. 로봇 심판이 인간 심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통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인공지능 심판이 인간 심판을 대체하는 흐름은 야구 뿐만 아니라 축구에서도 이미 익숙한 광경이 되고 있지만, 유럽의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최근 비디오판독(VAR) 폐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디오판독이 도입되면서 경기 판정의 정확도가 82%에서 96%까지 높아졌지만, 오심이 계속 나오면서 심판에 대한 신뢰와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점 때문이다. 또한 긴 판독 시간으로 경기 흐름이 끊겨, 차라리 축구 본연의 재미라도 찾자는 명분도 작용했다. 기계와 인간, 인공지능과 인간 간 공존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간 심판을 대체하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을 과연 ‘사람친화적인 기술’로 평가할 수 있을까를 두고 휴먼테크놀로지 심사위원회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의 다양한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윤종수 심사위원장은 “인공지능이 일상에 도입될 때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례”라고 평가했다. 전진한 심사위원은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인간 심판의 판정시비·불공정성 등 감춰져 있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오직 한겨레에서 볼 수 있는 보석같은 기사

한겨레TV 2024061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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