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네팔의 15살 소년.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미동 없이 열 달 동안 명상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처 소년'이라 추앙받으며 수천 명의 신도들을 끌고 다녔지요.
[람 바하두르 봄잔/별명 '부처 소년']
"무고한 존재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종교에 호소하고 싶습니다."
"석가모니의 환생이다!" "영적 지도자가 나타났다!"라며 신도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부처 소년'의 명성은 한 비구니의 폭로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종교적 수행이라는 미명하에 미성년자였던 자신을 학대하고 성폭행했다는 겁니다.
[마리치/ 피해 여성(2018년)]
"저는 맞았고 멍이 가득했습니다. 봄잔이 제 머리를 가격했고 피가 솟구쳤습니다. 저는 묶여있어서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성폭행도 당했습니다."
폭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신도 4명이 실종된 사건에도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네팔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뒤 '부처 소년'의 행방은 수년 동안 묘연했습니다.
다시 꼬리가 밟힌 건 올해 1월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꼿꼿했던 소년은 올해 나이 33살, 양팔이 묶인 모습으로 공개가 됐습니다.
자택을 급습한 경찰을 피해 2층에서 뛰어내렸지만 멀리 도망가진 못했다고 합니다.
네팔 살라미 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성 학대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구체적인 형량은 오는 1일 선고될 예정인데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생들을 구원하겠다던 '부처 소년'은 19년 만에 가면을 벗고 단죄를 받게 되었습니다.
박소연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