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뜻하지 않은 임신 등으로 출산과 양육이 힘든 위기 임산부들에게 오늘부터 익명으로 출산을 할 수 있게 한 보호출산제가 시행됐습니다. 출생 신고도 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아동'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와 양육 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는데 보호출산제 논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보호출산제 시행 첫날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는데, 왜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원하면 영원히 출산 사실을 숨길 수 있습니다. 보호출산제 반대 단체들은 제도가 어른들의 양육하지 않을 권리로 악용될 수 있고 아동 유기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조윤환 / 고아권익연대 대표
"굳이 합법화라는 걸 왜 못을 박았을까 그렇게 안 해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꽤 많은데…평생 완전 범죄를 도와주겠다는데 누가 안 하겠습니까?"
[앵커]
그래도 정부는 최소한 아이들이 출생신고도 안 된채 버려지는 건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거 아닙니까?
[기자]
지난해 정부는 출생 미신고 아동 수천명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유령 아동을 막기 위해 오늘부터 의료기관은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등록해야합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고 유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보호 출산제'를 같이 시행하는 겁니다.
[앵커]
제도 취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제도에 허점이 있습니까?
[기자]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친부모가 누군지 영원히 확인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게 맹점입니다. 네, 보호출산 시 부모의 정보는 출생 증서로 남겨지고 이 문서는 아동권리보장원에 넘겨집니다. 아동은 성년이 되면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지만 친부모가 거절하면 영원히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아동의 '부모 알 권리'를 박탈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앵커]
아동의 알권리보다 부모의 익명성을 더 보장해주는 거네요. 해외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자]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산모에게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합니다. 산모 익명성 보장이 결국 아동이 안전하게 출생할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경우 친부모가 반대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보가 공개됩니다. 한가지 주목할 건 독일에서는 출산 상담 과정에서 직접 양육으로 마음을 바꾸는 산모가 4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그만큼 독일은 위기 임산부들에 대한 지원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는 거겠죠. 우리 정부는 어떻습니까?
[기자]
위기 임산부가 양육을 포기하는 건 경제적인 이유가 큽니다. 그런데 정부는 보호출산제 시행에 앞서 월 21만원에서 최대 35만원을 지원하는 한부모가족지원제도에 위기 임산부를 포함시켰을 뿐입니다. 충분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지 못했단 지적이 나옵니다.
허민숙 /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단순히 위로하고 격려하고 독려하는 그런 빈손 상담이 아니라 우리가 경제적으로도 지원할 것이지만 곁에 있을 것이다 어떤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만한 그러한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야지만 보호출산제 본래의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앵커]
무책임한 부모를 양산하는 게 아니라 위기의 아이들을 구하는 게 제도의 목적이잖아요. 정부의 복지 정책이 뒷받침이 돼야겠네요.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김자민 기자(b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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