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잇단 묻지마 흉기범죄·살인예고…여전히 위협받는 일상
[오프닝: 왕준호 앵커]
안녕하십니까? 왕준호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왕준호 앵커]
1년 전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고 다쳤습니다. 불과 2주 뒤에는 서현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는데요.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과 분노가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신림동 흉기난동 1년…여전히 불안·분노 상처로 / 방준혁 기자]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33살 조선이 저지른 흉기난동 사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습니다. 그로부터 2주 뒤 분당 서현역의 한 쇼핑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나 14명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범인은 22살 최원종. 두 사건 모두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동기 범죄'였습니다.
신림동 흉기난동 현장입니다. 대낮에 번화가 골목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지도 어느덧 1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신림역과 인근 상점가는 겉으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참극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시민들은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한 번씩 지나가다 보면 약간 불안할 때가 있어요. 어쩔 땐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보게 되거든요. 신림동에서 산다고 하면 '흉기난동 사건 났던 데'라고 얘기들 많이 하시더라고요."
사건 현장을 일터로 둔 상인들도 지난 1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극을 목격한 트라우마에 더딘 매출 회복으로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기서 살인사건 났다고 하면 저희는 싫죠. 얘기가 나오면 또 뜸해지는데, 경기가 그런 건지 몰라도 다 죽을 둥 살 둥 해요."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조선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최원종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는 유족들이 직접 나와 원통한 심정을 쏟아내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피의자의 생명권보다 피해자의 생명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생명권을 얘기하면서 생명권을 박탈하면 안 된다며 무기징역 선고를 하는 것을 들었을 때 너무나 비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들의 일상을 뒤흔들었던 흉기난동 사건.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상흔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흉기난동 #신림동 #서현역
[왕준호 앵커]
신림역과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 모방 범죄와 범죄 예고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에 불안해합니다. 경찰과 각 자치단체가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예방책들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효과를 보고 있는지, 서승택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방범죄 여전…강력대응 천명한 경찰·지자체 대책 효과는 / 서승택 기자]
[기자]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신림역과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을 흉내 내며 협박성 게시글을 올린 20대 A씨와 10대 B군에 대한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현역 장병인 A씨는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B군은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습니다.
이들은 서현역 사건 나흘 뒤인 지난해 8월 7일 광주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사진을 촬영해 SNS에 "국민은행 사거리 칼부림"이라는 글을 적어 올렸습니다.
재판부는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된 시점에 칼부림을 예고해 공포가 상당했고 다수의 경찰관이 출동하는 등 낭비된 공권력이 매우 크다"며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 난동 이후 모방범죄가 끊이질 않았고 경찰은 강력 대응 방침을, 각 자치단체는 다양한 방범 대책을 내놨습니다.
경찰은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처벌방침을 천명하면서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습니다. 합동순찰과 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공대도 배치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조직개편을 통해 기동순찰대와 형시기동대를 신설했습니다.
지자체와 유기적 협업으로 범죄예방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112 신고는 전년 대비 17%, 강력·폭력범죄는 1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경찰 인력을 범죄 취약지에 집중 배치하고 민관경 협업을 지속 강화하여 도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성남시도 도시정보통합센터 CCTV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범죄 취약 지역 인근의 교통시설물 개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주변 교통 시설물을 지속적으로 개선 추진하고 있으며 전국 최초로 이상동기범죄 등 강력범죄 피해자 의료비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림역 사건 이후 끊이질 않는 '묻지마 범죄'에 시민들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최원종은 이곳에서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요.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가 설치돼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저기다 꽃 갖다 놓고 한 게 너무 막 우울증이 오고 잊어버릴 수 있는데 우리는 잊어버릴 수가 없는 상황인 거예요. 너무 가슴 아프고 너무 슬프죠. 이런 일이 안 벌어져야죠."
"항상 본인이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저기에 대해서 좀 조심하고 그런 부분에 경각심을 가지고 생활을 해나가면 좋겠어요."
우발적이 아닌 사회 병리현상으로 읽히는 흉기 난동.
경찰 등 사법기관의 지속적 감시와 엄정한 처벌, 그리고 자치단체와의 유기적 협력 외에 사회 부적응과 고립이 불러오는 범죄와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한 개선책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서승택입니다.
#서현역 #흉기난동 #모방범죄
[왕준호 앵커]
신림역 사건 후 불안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호신용품을 구매하는가 하면 호신술도 배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체감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고휘훈 기자입니다.
[흉기난동 사건 이후 우리 사회는…"내 몸 내가 지키자" / 고휘훈 기자]
[기자]
지난 5일 밤, 부산지하철 1호선 교대역에서 동래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 흉기 난동범이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경찰은 부산교통공사에 신고 내용을 알렸고, 이곳 동래역의 역무원이 승강장에 내린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붙잡힌 남성은 60대 남성 A씨로, 다른 승객과 다투던 중 흉기를 꺼내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열차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방에 물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서로 다투다가 가해자가 흉기를 꺼내 피해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건입니다."
A씨 가방에선 길이가 20~30㎝ 정도 되는 흉기가 발견됐습니다.
"열차 운행에 있어서 승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두 분을 안정시켜서 역무 안전실로 안내했습니다."
신림역 사건 이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흉기 범죄에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결국 스스로 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호신술 특강에도 참여해 봅니다.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배우며 구슬땀을 흘립니다.
"평상시 단련을 해보시고 정확히 찌르는 연습을 하면 더 효과적이죠. 어떤 위험에 대처할 때는…."
직접 호신용품점을 방문해 최루 스프레이나 경보기, 호루라기 등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호신용품 관련 매출은 한때 10배나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근본적인 불안감을 떨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범죄 발생률하고는 관계없이 구성원들이 느끼는 범죄의 두려움은 별개거든요. 국가나 지자체에서도 이런 체감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정책 또는 경찰에서도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책 이런 협업들이 많이 이루어져야…."
전문가들은 경찰만 치안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그리고 시민도 함께 참여하는 협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범죄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신림역 #흉기난동 #호신술 #호신용품
[클로징: 왕준호 앵커]
지난해 전국을 뒤흔든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이런 범죄를 모방한 살인 예고 글이 잇따라 등장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최근 걸그룹 '뉴진스', 축구선수 손흥민과 황희찬, 유튜버 침착맨의 딸까지….
그 대상은 무차별적인데요. 여기에 특정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칼부림 예고, "서울역에서 50명을 살해하겠다" 등 글의 수위도 높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대부분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 않아 협박 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인데요.
대중을 향한 무차별 공격, '이상동기 범죄'는 우리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과 공포감을 줍니다. 그렇다면 이상동기 범죄자는 어떤 특성을 보일까요?
한국범죄정보연구에 실린 '범죄에 대한 고찰 및 성향 분석' 논문을 보면 이상동기 범죄자를 ▷이유 없는 범죄자 ▷화풀이에 의한 범죄자 ▷정신병에 의한 범죄자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선고된 죄종은 ▷상해(51.6%) ▷폭행(25.6%) ▷살인(22.8%) 3가지였는데 중범죄인 살인과 상해가 전체의 74.4%를 차지했습니다.
범죄자의 전과는 초범이 43.9%, 재범이 56.1%였는데요. 이상동기 범죄자 특성에 기반한 대응책 마련과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서받기 힘들지만, 처벌 강화만이 범죄 예방의 근본 해결책은 아닐 겁니다. 구체적인 정책대안과 두터운 사회안전망 마련 꼭 필요하겠죠?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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