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 수출을 더 힘들게 하는 변수가 최근에 등장했다고요. 물건을 실을 배가 없다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바닷길에서 이른바 '한국 패싱' 현상이 최근에 지속되고 있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우리 수출품을 실어 보내야 하는데 이걸 실어 보낼 배가 한국에 들어오려고 하지를 않고 그냥 지나가버린다고 무역협회가 보고서를 통해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도원빈/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 주요 해외 선사들이 중국에서 물량을 모두 채워서 한국에 정박하지 않는 '한국 패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이) 웃돈을 준다고 해도 선복을 구하는 것 자체가 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최근의 중국 공급과잉이 한국 패싱 현상의 원인이라는 겁니다.
중국은 원래 세계의 공장으로 통했지만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최근의 수출 경향은 차원이 다릅니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가격을 한참 내린 어마어마한 물량을 중국 밖으로 문자 그대로 밀어내기, 그나마 지금 미국 관리들 중에서는 중국과 협상을 하자는 파인 걸로 알려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마저 지난 4월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최근 생산 능력은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경제를 띄워보려고 최근에 일단 공장을 많이 돌리게 합니다.
그런데 뭘 만들어도 워낙 불황이다 보니까 자국 안에서는 소비가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막대한 재고가 그냥 창고에 그득그득 쌓이게 되고 이걸 대폭 할인해서라도 해외로 팔자, 이런 식의 수출이 지금 중국에서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이런 중국산과 조금이라도 겹치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 나라들, 기업들은 모두 고전할 수밖에 없고요.
미처 생각 못한 불똥이 바로 옆나라 우리까지 튀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실을 수 있는 물량이 워낙 대규모이니까 주요 선사들이 중국을 우선순위로 삼겠죠.
한국 물건은 실을 여력이 없어 거절하고 부산항이 패싱 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무역협회의 진단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겠죠.
<기자>
대기업들은 사실 주로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런 패싱을 당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그때 물건을 보낼 때 현물 계약을 하는 중소, 중견기업들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는 게 무역협회의 진단입니다.
여기도 약간 되는 집만 더 잘 되는 그런 모습 같은 게 나타나는 게요.
반도체, 휴대폰 같은 IT 제품들 최근에 우리 수출 반등세를 견인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IT 제품들은 거의 전부를 비행기로 실어 나릅니다.
그러니까 바닷길에서 패싱 당할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항공운임은 지난해보다 좀 하락하고 있는 추세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5대 IT 품목을 제외한 우리 수출품의 대부분 88.8%는 바닷길로 나서야 합니다.
특히 IT를 제외했을 때 한국 수출의 기둥들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제품, 기계류 같은 품목들은 배를 탈 수밖에 없는데 중견, 중소기업들은 그 배가 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배를 구했다고 해도 단시간에 급등한 운임이 또 큰 부담입니다.
부산에서 나가는 선박운임 이달 초를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무려 3.5배 급등했습니다.
상하이를 떠나는 배들의 운임이 같은 기간에 3.7배 뛰었는데 거의 똑같죠.
중국의 수출 선박 수요가 커지면서 중국 운임이 비싸졌고, 바로 옆나라인 우리는 운임을 거의 똑같이 올려야 겨우 배가 들어오는 겁니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바닷길 요새 해상운임이 오히려 좀 떨어지는 추세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밀어내기 수출에 한창인 중국 옆에 붙어있다 보니까 우리가 지게 되는 물류비용 부담을 다른 지역에서는 똑같이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앵커>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말도 있죠. 그럼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기자>
최근에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신흥국들까지 관세 부과 같은 방법으로 중국산 과잉을 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요.
중국으로서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관세를 피해서 베트남, 태국, 브라질 같은 나라들로 우회 수출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대로는 이런 제3국 시장에서 우리가 또 밀어내진 중국산과의 경쟁에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과 경쟁 지대를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기술력에 있어서 분명한 우위를 가진 고부가가치 제품,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계속 재편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게 무역협회의 진단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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