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발생했습니다. 러브버그는 2023년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조금씩 관찰되기 시작하더니, 2024년에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성북구 등에서 대규모로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21>이 만드는 유튜브 영상 ‘뉴스크림’ 제작진은 2024년 6월 중순, 러브버그 발원지 취재를 위해 은평구 봉산도시공원을 찾았습니다. 여기에서 입을 열어 대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러브버그를 만났습니다. 2020년 대벌레 대발생 이후 봉산에는 3년간 약 9200ℓ의 살충제가 뿌려졌는데요. 2022년에는 살충제로도 모자라 탐방로 옆의 나무마다 끈끈이 트랩을 설치하기도 했죠. 하지만 살충제도, 끈끈이도 대벌레만 콕 집어 죽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애꿎은 곤충과 작은 새들도 무차별적으로 희생되거든요. 2020년부터 대벌레를 잡기 위해 뿌린 살충제가 생태 균형을 무너뜨린 것이 2022년 러브버그 대발생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봉산 전망대 한편에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에 시달리는 곤충들의 대피소’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곤충호텔’이 있습니다. 곤충호텔 바로 옆에는 끈끈이 트랩이 설치되었던 흔적이 남아있죠. “은평구청이 여기에 곤충호텔을 만든 건 위선이고 가식이고 그린워싱이죠. 곤충을 학살·박멸한다고 온갖 방제를 했잖아요. 수년간 편백을 심겠다며 곤충들의 집인 숲을 파괴했어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끈끈이 트랩이 감겨 있었어요. 곤충들을 쉬게 해주는 호텔이 아니라 곤충을 죽이기 위해 속이는 트랩인 거죠.”
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연구원)의 지적처럼 은평구청에서 조성 중인 편백나무 숲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편백 인공림 조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의심하는 거죠. 기존에 있던 건강한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고 편백을 심었지만, 편백은 벌써 80% 가까이 고사해 버린 상황입니다. “2~3년 그냥 두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텐데, 구청에서 주기적으로 와서 편백 외 다른 나무들은 솎아버려요. 잘못을 인정하고 복원하면 되는데, 자기 사업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려고 돈·시간·사람을 퍼붓는 거죠.” 나영 대표(은평민들레당)의 말입니다.
이번 주 ‘뉴스크림’은 멀쩡한 숲을 없애고 ‘곤충호텔’과 ‘힐링 편백숲’을 만들고 있는 위선의 행정을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뉴스크림’은 앞으로도 기자들이 찾아가는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장지남 피디 last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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