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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를 열었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강 전 장관이 1970년 공직에 처음 발을 들인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약 40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아래는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한 주요 질의응답.
■Q. 경제 위기는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찾아온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에 직면한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달랐나?
■A. 위기와 싸운다기 보다는 '미국 경제학'과 싸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사정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월스트리트 사람들이 "달러 인쇄기(dollor printing machine)가 고장나지 않는 한 미국은 문제가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두 위기는 발원지도, 성질도, 정부의 대응도 달랐다. 1997년에는 진앙지가 일본이었다. 그리고 아시아 개도국들이 성장을 해보겠다는 욕심으로 일본 돈을 싸게 빌려왔다가 어느날 일본이 그 돈을 회수해 갔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위기였다.
반면, 2008년에는 월스트리트가 진앙지가 돼서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퍼졌는데 투기자본에 대한 탐욕에 의해 위기가 터졌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달러 보유고가 튼튼해 과감한 정책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위기가 오면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 2008년을 거치면서 채무국이었던 우리나라는 확실한 채권국이 됐다. 산업은행을 맡았을 당시 "성과급을 계산할 때 달러 수입은 넣지 않고 달러 수출만 계산하겠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Q. 외환위기는 김영삼 정부가 레임덕에 빠진 임기 마지막 해에, 2008년 금융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첫 해에 시작됐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국정 장악력에 큰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A. 한국은 달러보다 부족한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두 위기 때 모두 정치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여건 하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 위기 때는 여야의 협력이 필요하고, 정부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더라도 소신과 용기를 갖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조차도 여론을 따라가는 정부를 원치 않는다.
1985년, 뉴욕 재무관으로 있을 당시 환율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기자들 앞에서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이 환율 주권 때문에 욕을 많이 들었다. 수긍도 한다. 고유가 상황에서 환율도 올라가서 근로자들 고통이 컸다. 마음이 아팠지만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쟁통에는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자리에서는 당시 근로자들과 자영업자들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이제야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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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속세가 거의 30년 만에 개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세금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장관 시절 종부세를 폐지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도 했는데, 세금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는지?
■A. 종부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 폭력이다. 동서고금 인류사에 없었던 세금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착오에 의한 세금이다. 당시 담당 장관은 청와대 지시로 만들었다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는데 청와대 당시 담당자는 경제 수석도, 경제를 공부한 사람도 아니었다. 아직도 미스테리다. 종부세는 형평성, 보편성, 세원 보존의 조세 원칙에도 하나도 맞지 않는다. 이름도 아파트세로 바꿔야 한다. 대표 대상이 빌딩과 땅인데 왜 빼고 아파트에만 매기나.
상속세 역시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가 없애고 있다. 폐지하는 게 옳다. 상속세는 불행세다. 변호사, 회계사를 고용할 재산이 되지 않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고,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준비도 못하고 죽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다. 미국에서 최근 상속세 폐지 움직임이 있었을 때 빌 게이츠가 앞장서서 폐지를 반대했는데, 빌 게이츠는 상속세 낼 게 없다. 재직 당시 상속세 인하안을 제출했지만 마지막 타협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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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전 장관은 '위기의 남자'로 불린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 차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한국 경제사에 기록될 두 번의 굵직한 위기를 온몸으로 통과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그는 환율실세화, 감세정책, 한미 통화스와프 등 각종 위기대응정책을 추진했다. 강 전 장관 재직 기간 대부분의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한국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며 수출 규모 세계 12위에서 7위로 올랐다. 또 대외 채무국에서 대외 채권국이 됐다.
송무빈 기자(mov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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