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현장 탐사 오늘(21일)은 주로 의료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불법 대출을 저희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새로 병원을 낼 때 자기 자본금이 많은 거처럼 부풀려서 더 많은 대출금을 타 내는 방식입니다.
그 실태가 어떤지, 김보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20년, 대구의 한 신도시에서 문을 연 대형 한방병원.
얼마 되지 않아 요양병원으로 업종을 바꾸더니 재작년, 개원 2년 만에 폐업했습니다.
[인근 부동산 대표 : 500~600평은 더 될걸요? 한 층에 100평 대가 넘어갈걸요. 월세로 계약을 하고 들어왔는데 운영을 잘못하다 보니까 결국 부도가 난 거죠.]
이 병원이 개원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9억 4천만 원.
이 가운데 7억 4천만 원이 신용보증기금의 창업 보증을 이용해 조달받은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이 파산하면서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을 섰던 금액 대부분을 손실로 떠안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대출 과정을 취재하던 중 석연치 않은 통화 내용을 입수했습니다.
[대출 브로커 간 통화 : 조만간 부실 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기 자본이 거의 없었잖아. 진짜 5천만 원 있었어. 그 XX들은]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가 해당 한방 병원의 자본금이 애초에 5천만 원에 불과했다며, 부도를 예감하는 내용입니다.
신용보증기금의 창업 보증은 자기 자본의 최대 100%.
이 브로커 말 대로라면 이 한방 병원은 7억 원이 넘는 거액의 대출을 보증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업계 현황을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놨습니다.
[의료 대출 업계 관계자 : 의사들한테 브로커가 잔고를 찍어주고 그걸 수수료를 받는 거죠. 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보증)을 받으면 (은행) 금리가 싸다는 거….]
즉 대출 금액을 늘리기 위해 브로커들이 수수료를 받고 통장 잔액을 일시적으로 늘려준다는 겁니다.
타인에게 빌린 돈은 자기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직계 가족이 준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돈세탁' 수법까지 동원된다고 합니다.
[의료 대출 업계 관계자 : 의사의 친인척이나 가족 명의(계좌)로 이체해 주는 경우가 있고요. 실질적으로는 통장 내역을 봤을 때는 의사의 가족이나 부모님이 돈을 자기 자본금을 빌려준 것처럼 명시를 해서…. (수수료를 얼마나 먹나요?) 보통 평균적으로 3%에서 한 7% 사이.]
취재진은 해당 병원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만남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이 돈을 입금해 줘 잔고 증명을 한 건 맞지만, 개원을 준비하면서 대출 상담사가 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해 응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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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김보미 기자와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Q. 예비창업보증, 연간 규모는?
[김보미 기자 : 예비창업보증은 일단 2014년도에 생긴 제도인데요.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니 한 해 평균 7~8천억 원가량 보증을 서 줬고 또 2021년도에는 1조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무리한 대출로 파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 보증 잔액 대비 부실률이 매년 1%를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513억 원, 올해는 9월까지 301억 원의 부실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결국 불법적인 방식으로 국민 세금을 빼먹는 것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그렇다면 저희가 앞서 리포트에서 봤던 그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김보미 기자 : 맞습니다. 이런 불법 대출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관행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실태를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 직접 브로커를 만나봤는데요. 그 내용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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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취재진이 확보한 이면 계약서입니다.
올해 초, 한 대출 브로커가 개원을 준비하던 의사와 맺은 계약인데, 대출 실행일까지 1억 5천만 원을 빌려주고 2%의 이자를 받기로 합니다.
대출금을 높여 받기 위해 자기자본 증명을 허위로 부풀리는 겁니다.
[의료대출 업계 관계자 : 수수료는 지급을 하겠지만…. 돈이 없어도 개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의사들도 함구를 하게 되는 거고요.]
취재진은 실태를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개원을 준비 중인 의사들과 함께 이면 계약서에 등장하는 대출 브로커 A 씨를 찾아가봤습니다.
먼저, 자금 상황을 묻더니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자, 곧장 신용보증기금의 창업 보증제도를 이용하자며 이렇게 제안합니다.
[A 씨/대출 브로커 : (가용 금액이 3천만 원 전후예요.) 그러면 보증서 대출하려면 일정 금액 '펀딩'을 하는 게 좋겠죠. 보증서 대출 4억을 받기 위해선 자기 자본 4억이 있어야 돼요. 그렇게 되면 3천은 내 돈이기 때문에 나머지 3억 7천에 대해서는 펀딩을 받아야 돼요.]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 허위로 잔고 증명을 하자는 얘기인데,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A 씨/대출 브로커 : 이거는 사실 본인 자금이 아닌 거죠. 사실 어떻게 보면 legal(합법)은 아니에요. 합법적인 부분은 아닌데 통장을 한 번 거쳐야 돼요. 말 그대로 자금 세탁을 해야죠.]
그 대가로 자신에게는 1%, 이른바 '쩐주'에게는 2%의 수수료를 달라고 말합니다.
[A 씨/대출 브로커 : 이거에 대한 1%도 수수료 내셔야 되니까. 총 비용 3억 7천에 대한 2%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이건 세금계산서 안 끊길 거고요.]
이뿐 아니라 장비견적서에 금액을 부풀려오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도 설명합니다.
[A 씨/대출 브로커 : 갑자기 인테리어를 6억으로 뻥튀기 할 수는 없는 거고 의료 장비나 급여 부분이랑 이런 것들을 조금 조금씩 늘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플랜을 짜드릴 거예요.]
또 다른 대출 브로커 B 씨,
[B 씨/대출 브로커 : (저희는)자기 자본금이 없으신 선생님들의 현금성 자산 증빙하는 것들을 첫 번째로 하는 역할을 해요. 저희가 갖고 있는 자금으로 선생님 통장에 입금하거나….]
걸릴 염려도 전혀 없다고 자신합니다.
[B 씨/대출 브로커 : 저희가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부모님 이름으로 들어갈 거예요.]
대출 금액을 늘리기 위해 장비견적을 부풀리는 수법도 비슷한데 이 브로커는 자기사업자를 활용해 장비견적서를 부풀리는 일까지 대행해줄 수 있다고 자랑합니다.
[B 씨/대출 브로커 : 장비 업체가 3개가 있어요 사업장에. 저희가 진행할 때는 이 매매계약서를 쓰게 될 거예요. 장비가 1억이 아니라 더 장비가 많이 들어가서 자금용도로 쓰인다는 걸 증빙할 거예요. 이거는 신용보증기금 제출용으로 만드는 거예요.]
취재진이 확인한 대출 브로커들은, 한 달 안팎의 짧은 기간 잔고 증빙을 허위로 해주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불법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또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쩐주'의 상당수는 의사들이라고 합니다.
[C 씨/대출 브로커 : 우리 쩐주는 다 원장이에요.]
의료기기 업체들도 병원 측이 개원 후 장비를 납품받는다는 조건으로 불법 대출을 알선하는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00의료기기 업체 대표 : 자금을 이래저래 만들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서 협의해서 만들어 드리긴 해요. 금융 컨설팅하는 친구하고 통화할 수 있게끔 해 드릴게요.]
[박은선/변호사 : 조직적으로 신용보증기금과 은행을 기망해서 보증서를 허위로 발급받게 하고 그다음에 또 대출을 허위로 발급받게 하는 그런 범죄인 거죠.]
경찰은 불법 대출을 알선하는 브로커 집단과 이들을 통해 개원한 의사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이소영)
김보미 기자 spri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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