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는 심리상담사 올가 프타시니크씨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심리상담사 올가 프타니시크(44)씨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2024.11.19.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트럼프의 말대로 현 상태에서 전쟁을 중단하면 더는 전쟁이 없을까요. 누구도 못 믿을 싸움에 북한은 왜 끼려는지도 이해 못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천일을 맞은 19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의 민심은 더 싸울 것이냐,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이냐로 쉽게 구분되지 않았다.
기나긴 전쟁을 끝낼 방안으로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은 타당하지만 협상이 완전한 종전을 보장 못 할 거라는 불신이 여론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럴 바에 영토를 되찾기까지 싸우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기약 없는 싸움을 밀어붙이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염려 역시 키이우 시민들의 여론에 묻어났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는 북한 입장에서도 후회할 선택이라는 비판이 대다수였다.
연합뉴스와 만난 우크라이나 신문기자 마리나 흐리호리아씨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신문기자 마리나 흐리호리아(31)씨가 19일(현지시간) 키이우의 한 커피숍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 "전쟁 더 이어가기 힘들어…트럼프 말대로 협상한다고 종전되나"
이날 키이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심리상담사 올가 프타시니크(44)씨는 "전쟁이 터진 지 1천일이 된 지금이 가장 고통스러운 때"라고 말했다. 시간이 늘어질수록 희망도 줄어들기 때문에 개전 초기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계속 전쟁을 한다면 올해 17세인 내 아들도 징집될 것"이라며 "교전으로 얻은 트라우마로 상담소를 찾아오는 많은 전직 군인은 사회로 복귀하기 어려워 보였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이렇게 돼야 하느냐"고 우려했다.
프타시니크씨는 "개전 초기에는 몇개월 안에 크림반도까지 다시 수복할 걸로 기대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이미 감당 못 할 희생을 했고 앞으로도 쌓여갈 것이어서 빨리 비극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 인터뷰한 지역 신문기자 마리나 흐리호리아(31)씨는 "사견이지만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나서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전쟁을 그만두지 않으면 사망자는 계속 늘고 곳곳에 피해만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렇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얘기하는 협상을 난 믿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휴전과 비슷한 제안인데, 전쟁을 끝낼 해법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프타시니크씨도 공감했다. 2014년부터 크림반도와 루한스크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해온 과정을 거론하면서 "영토 분쟁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장시간 이어졌다"며 "우리가 지금 상태 그대로 일부 영토를 포기한다면 잠시 종전할 수 있겠지만 다시는 영토 문제로 싸우지 않는다고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생각도 못한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프타시니크씨는 "난 어느 나라도 이 전쟁에 새로 개입하는 걸 바라지 않았고 그러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러시아가 무엇을 약속했든 그걸 그대로 믿고 병사를 보낸다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흐리호리아씨도 "북한이 정규군을 보내는 건 전혀 예상 못 한 일"이라며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바라고 전쟁에 참여한 것이겠지만 실상은 어떤 이익도 보장받지 못하고 벌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인터뷰 중인 실리안 멜니크씨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 미하일리우스카 광장에서 만난 실리안 멜니크(63)씨가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prayerahn@yna.co.kr 2024.11.19.
◇ "북한군은 그저 적일 뿐…러와 협상 믿을 바엔 싸워야"
키이우 거리에서 인터뷰한 실리안 멜니크(63)씨는 "대체 남한과 북한은 어떤 사이냐"라며 "남한은 고마운 나라이지만 북한은 특별한 원한도 없는데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 난 매우 부정적"이라며 "우리를 공격하면 그들도 그저 적일 뿐이다. 전장에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에 대한 입장도 회의적이었다.
그는 "푸틴은 파괴자이고 범죄자이며 수많은 사람을 죽게 했다. 그의 말을 믿고 협상을 한다는 건 전쟁을 포기하고 더 많은 걸 뺏기겠다는 말과도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난 끝까지 싸울 우크라이나군을 지지한다"고 했다.
현직 군인도 협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전쟁 발발 후 많은 부상 군인들이 치료를 받아온 키이우재활원(Kyiv Rehabilitation Institute)에서 만난 페도르 그리엔츠키씨는 "언젠가 평화를 위한 협상은 해야 한다고 나도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보병으로 참전해 올해 3월 지뢰 파편에 다리를 크게 다쳤던 그는 "재활원의 도움으로 많이 회복했다"며 "난 재활을 마치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더 많은 땅을 되찾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전투 보병의 상흔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현직 군인으로 지난 3월 지뢰 파편에 다리 곳곳을 다친 페도르 그리엔츠키씨가 19일(현지시간) 키이우재활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부상에서 회복 중인 자신의 다리를 보여줬다. 그는 얼굴 공개를 사절하는 대신 다리 촬영을 허락했다. prayerahn@yna.co.kr 2024.11.19.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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