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이 다녀온 스페인, 가나, 베트남의 기후 흉작 실태, 우리에겐 더 치명적입니다.
먹거리 수입 의존도가 높고 쌀을 제외하면 식량 자급률은 11.4%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스페인 올리브유 생산량이 급감하자, 올리브유 소비자 가격은 30% 넘게 올랐고, 올리브유를 사용해 치킨을 튀겼던 한 프랜차이즈는 이젠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섞은 기름에 치킨을 튀겨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8리터의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이 파스타집은 원가 부담이 커졌고,
[김재준/14년차 셰프 : 처음에 넣는 게 20g 넣고 그리고 또 마지막 터치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거든요. 오일(가격)이 지금 20% 정도 인상이 돼서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는 좀 부담이 됩니다.]
줄줄이 오는 건, 초콜릿 가격도 마찬가지.
이 제과점은 연초 대비 크게 오른 초콜릿 원료 가격에 연말 크리스마스 케이크에서 초콜릿을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은진/제과점 사장 : 거의 열흘에 한 번씩 (초콜릿) 가격이 바뀌었어요. 열흘에 한 번씩 오르고, 오르고…. 원가가 높으니까 그 가격에 파는 건데, 손님들이 과연 이해할지 몰라서 (제외했습니다.)]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 우리도 극한의 '기후 흉작'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9월엔 입추가 훨씬 지났지만, 평년보다 무려 4도 이상 높은 폭염이 지속됐습니다.
더위에 배추가 녹으며 한 포기 가격은 1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였습니다.
[한현희/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 : 올해 9월 달엔 평년에 비해서 평균 기온이 4도 이상 높았습니다. 이것은 아주 특이한 기상 현상이라고 보고 있고요. 배추 자체가 저온성 작물이거든요. 8월부터 9월까지의 그런 극한 고온 같은 경우는 배추 생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판단이 됩니다.]
지난해엔 사과 작황이 안 좋으면서 저장 창고도 텅 비면서 '금사과'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심교문/농촌진흥청 연구관 : 이상기상 증상이 최근에 와서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1도가 올라가면 사과 같은 경우, 재배 적지가 40km가 올라 가거든요. (올여름 기온이) 2도가 올라갔으니까 80km가 더 올라간 거예요, 재배 적지가. 기온이 저온이 되거나 올라가거나 하여튼 이제 이상 기상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는) 기온에 영향을 덜 받는 품종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 배추 등 수급 관리 문제가 발생하는 작물별로만 대응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 2100년엔 생산자 물가가 기준 시나리오보다 1.8% 더 높아진다는 전망도 나온 상황.
[심교문/농촌진흥청 연구관 :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지금 어떤 곡물의 자급률이라던가 또 곡물 뿐만 아니라 여러 작물들의 자급률이 상당히 많이 낮은 편이거든요. 이런 기후변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수입 의존형의 농업 부분에서의 (물가 상승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기후 대응은 곧 물가 관리라는 중장기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기후인플레이션'은 일상화될지 모릅니다.
(취재 : 박예린, 영상취재 : 유동혁·윤 형, 영상편집 : 원형희,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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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기후로 인한 대규모 흉작,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0년 러시아에선 폭염으로 밀 생산이, 같은 해 파키스탄에선 대홍수로 쌀 생산이 급감했습니다.
그해 12월, 세계 식품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식량가격지수는 214.7포인트까지 올랐습니다.
올해 10월 식량가격지수가 127.4포인트를 기록했던 것을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한 지역이 아닌, 동시 다발적으로 고개를 드는 이상 기후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기후 흉작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물었습니다.
기후학자인 호세 교수는 몇 년간 작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마리아 호세/발렌시아 국립대 기상학 교수 : 물을 정화하고 재사용하면 우리가 현재 낭비하는 30%의 물을 다시 사용하고 절약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정화한 물은 환경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개와 바닷물을 정화한 물로, 농업용 물, 식수의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겁니다.
[마리아 호세/발렌시아 국립대 기상학 교수 : 안개에서 얻은 물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원입니다. 예를 들면 산불로 파괴된 지역을 복원하는 데 쓰일 수 있습니다.]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 WWF도 인식의 '전환'과 '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아마야 산체스/WWF 스페인지부 대변인 : 스페인의 농업 모델은 집약적이고 관개 농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물 전환을 촉진하는 정치적 차원의 변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낭비를 막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마야 산체스/WWF 스페인지부 대변인 : 기술을 통해 기후 변화에서 대해서 예상하면 물과 천연자원을 보다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딱 필요한 물의 양을 측정해서 사용하는 겁니다.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고 농작물이 생존하도록 도와서 우리에게 건강하고 질 좋은 식량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올해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높아지며 가장 더운 한해를 기록했습니다.
'이상 기상' 가능성을 높이는 기온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
[헤르만 캄펜/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 박사 : 우리는 여전히 2100년까지 약 3도 정도 상승하는 온난화를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2050년을 기준으로 지구 온도는 약 2도 정도 높아질 거라 예상됩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날씨 변동성이 더 커질 겁니다.]
더 잦아지는 기후 흉작으로 경제적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헤르만 캄펜/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 박사 : 앞으로 우리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잦아질 겁니다. 더 자주 수확 손실을 보게 되는 거죠. 이는 식량 가격 상승, 홍수 방지 비용과 건강 관리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게 됩니다.]
2035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식품 가격이 연간 최대 3.2%까지 상승한단 연구 결과도 나오는 상황.
[헤르만 캄펜/독일 포츠담기후연구소 박사 : 기후 변화를 완화 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이상기후 발생 등) 수치는 미래에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경제적 발전에 있어 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취재 : 박예린,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원형희,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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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외곽의 연간 3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이 공장 1층과 3층에 5미터 높이의 대형 스마트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씨앗을 심고, 잎이 나고 뿌리가 자라면 더 넓은 곳으로 옮깁니다.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타워 형태로 배치하는데 최대 6주가 지나 다 자라면 수확은 모두 로봇이 하고, 온도와 습도는 AI가 조절합니다.
이곳에서는 9종류의 채소류가 자라고 있는데요, 생산량은 한 달에 2만 4천포기, 무게로 따지면 1톤 가까이 됩니다.
[이사린/자동차공장 스마트팜 관계자 : 우리 스마트팜은 영양소와 빛뿐만 아니라 온도를 유지하고 조절할 수 있습니다. ]
[이명로/자동차공장 스마트팜 책임 :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에 기여하고자 (로보틱스) 스마트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바깥에 있는 농지·토지에 비해서 저희가 적층형으로 작물들을 쌓아서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3배 4배, 심지어 10배 가까이 작물에 대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채소는 공장 직원 식당에 우선 공급되고, 일반 식당에서도 사용하는데 가격 변동없이 일정하게 식자재를 공급하는 비결입니다.
[해나/싱가포르 주민 : (스마트팜 채소 맛이 어떤가요? 괜찮나요?) 채소 모양이 기존과 비슷했는데, 맛이 달라서 꽤 놀랐어요. ]
[쉴라/싱가포르 주민 : 매우 신선한 맛입니다. 기존 농장에서 생산된 채소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도심 속 건물 옥상에서도 시금치 등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주차장의 빈 공간도 스마트팜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임스/스마트팜 대표 : 흙 없이 농사를 지으면, 땅에서 손실되는 물이 없기 때무ㅗㄴ에 실제로 물을 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서울보다 조금 큰,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도시국가입니다.
전체 국토의 1% 정도만 농지여서 식량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스마트팜, 도시 농장 육성입니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에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는데,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서 채소 등이 재배되다 보니, 유통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임스/스마트팜 대표 : 비용이 합리적이어야만 소비자들이 구매를 원합니다. 소비자와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시 내에 (스마트팜이) 있어야 합니다. ]
전통적으로 땅에 심고, 날씨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건물 안으로, 수직으로 농업을 키우는 싱가포르처럼, 극심한 기후 변화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각국은 대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실제 기후가 좋지 않은 중동 등 투자가 늘면서 지난해 206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내후년 341억 달러로 커질 전망입니다.
사과와 배추 등 가격 폭등으로 '기후 플레이션'을 경험한 우리나라도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데, 국내 스마트팜 보급률 1%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는 저온 저장시설 비축 확대와 스마트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입니다.
(취재 : 김수영,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이준호·장예은,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박예린 기자 ye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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