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결혼해주겠소?" "네, 그럴게요." "이로써 당신과 결혼합니다."
희대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의 결혼은, 법정 사상 가장 기괴한 쇼였습니다.
그를 연모하는 여성이, 적어도 서른 명의 여성을 살해한 자한테 티파니 반지를 받았지요. 파렴치 흉악범에게 빠지는 '범죄자 애호증(Hybristophilia)'의 절정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측근 정진상 씨를 포옹한 장면도 법정사에 남을 만합니다. 피고인이, 공동 피의자이자 주요 증인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 줬으니까요.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해 온 정 씨였기에, 포옹은 고마움과 격려, 회유의 몸짓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지요.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로비스트 김인섭 씨가 징역 5년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사업 청탁 대가로 개발 업자에게 70억여 원을 받았다고 대법원이 확정했습니다.
이 대표가 '용도 변경은 국토부 협박 때문' 이라고 했다가 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그 사건입니다.
1심 재판부는 "용도 변경이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 이라고 봤습니다.
성남시는, 김 씨가 개발 업체에 영입된 뒤 네 단계나 뛰어넘는 용도 변경을 해줬습니다. 개발 방식도 업체에 이익을 몰아주는 민영 개발로 바뀌었습니다.
김 씨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청탁했고, 정 씨가 담당자에게 "업체 요구대로 처리해 주라"고 지시한 사실도 법원이 인정했습니다.
김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처음 출마했을 때 선대위원장 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 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다음 선거 때도 이 대표 선거사무소 임차료를 대납했습니다.
시장에 당선되고 백현동 사업이 추진되자 한 해 사이 정 씨와 백열다섯 차례 통화했습니다.
이 대표는 "측근이라면 정진상쯤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백현동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정 씨를 안아준 그 재판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제가 그 무고한 용의자입니다!"
법정 결혼 쇼를 벌이는 번디를 판사가 꾸짖습니다.
"당신은 지금 살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어요!"
11월 29일 앵커칼럼 오늘 '백현동 특혜 누가 줬나'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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