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윤 대통령은 R&D 예산 삭감을 놓고도 야당 탓을 했죠. 그러나 과학계 현장의 불만은 '카르텔'을 내세워 예산을 대폭 깎았던 윤 대통령에게 쏠려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카르텔은 아직까지 밝혀진 게 없습니다.
이상화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연구개발, R&D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나눠 먹기식, 갈라먹기식 R&D 카르텔을 척결하란 겁니다.
[국가재정전략회의 (2023년 6월) :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 왜 썼는지 모르는 그런 예산 완전히 제로베에스(원점)에서 재점검해야 됩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전년보다 5조 6천억원 삭감된 R&D 예산안을 발표했고, 그나마 국회 심의를 거쳐 삭감액은 4조 6000억원으로 결정됐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도 줄인 적 없던 R&D 예산이 33년 만에 쪼그라든 겁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뚜렷한 카르텔 정황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른 장면도 있습니다.
지난 2월 카이스트 졸업식.
한 졸업생이 소리칩니다.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그러자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붙잡고 끌어냅니다.
[신민기/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 ·카이스트 졸업생 : 제 안경,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이 날아가고 마스크 줄도 끊어졌습니다. 대화 과정도 없이 그대로 입을 막고…]
전례 없는 예산 삭감에 기술과학계는 고사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지진 연구자 : (학계는) 60% 정도까지 예산 삭감되는 경우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연차 과제라고 있는데요. 3년 차까지 진행을 하고 예산 지원이 힘드니 다음 연도 혹은 그 후년으로 미루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 : (정부 수탁사업의 경우) 벌써부터 많게는 80~90% 삭감 통보받은 과제도 있습니다. 특히 ICT 분야 같은 경우에서도 미디어·콘텐츠 분야는 굉장히 큰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기술과학계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에 나서기도 했지만, 대통령 차량 행렬이 나타나자 돌아온 건 차벽 뿐이었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을 다 깎아 먹는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거세지자 내년 예산안은 슬그머니 올렸지만, 과학기술인들은 지난 1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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