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소년이 차량에 검은색 선팅지를 붙입니다.
제법 능숙한 솜씨의 작업자는 열여덟 살의 용일 군.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불과 열여섯 살에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파킨슨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할아버지와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서입니다.
부모의 헤어짐으로 어머니도 없는 상황.
한때는 하루 15시간씩 경비업체 일과 택배,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이른바 '쓰리 잡'을 감당해내야 했습니다.
[김남용 / 선팅 업체 사장 : 항상 성실히 하고요, 배우려는 자세가 많이 있어요. 아들 같고요. 제 친구 아들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마음이 많이 가고요.]
서로를 의지해 살던 삼대.
용일 군 아버지가 지난달 세상을 떠나며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장애로 일상이 어려운데도 생계에 보탬이 되려 배달 오토바이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한 겁니다.
[이용일 : 왜 나한테만 이러지?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어요, 일을 하면서. 일을 하다가 가끔 쉬는 시간이 되면 남들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막 재미있게 놀고 있을 거고 축제를 즐기고 있을 건데….]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용일 군은 구급대원이 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꿈을 향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해 올여름 고졸 검정고시에 붙었습니다.
이어, 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합격 통지서까지 받아 내년에는 친구들보다 되려 먼저 대학생이 됩니다.
[이용일 : 영웅 같아 보였어요. 진짜 아무리 몸이 힘들고 아파도 그분들만 있으면 전 언제든 병원으로 갈 수 있었고…내가 대학도 가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이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찾기 어려운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며 가족을 돌보고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소년가장.
늘 현재를 막기도 버거웠던 용일 군이지만 2025년 새해를 기다리는 표정은 밝습니다.
YTN 윤지아입니다.
자막뉴스ㅣ이선, 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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