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과 위성 카론, 키스 후 서로에게 잡힌 ‘사랑의 포로’

2025.01.14 방영 조회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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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앞쪽)과 위성 카론. 2015년 7월14일 명왕성을 지나가는 뉴허라이즌스 우주선이 촬영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명왕성(플루토)은 한때 태양계의 9번째 행성에 올랐다가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으로부터 왜행성(또는 왜소행성)으로 강등됐다. 같은 공전 궤도를 지배하는 유일한 천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겐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서 태양을 도는 대표적인 천체로 각인돼 있다. 명왕성은 가스로 이뤄진 지구 바깥쪽의 외행성들과 달리 암석 천체다. 반지름이 달의 70%인 1200km로, 태양으로부터 평균 59억km 떨어진 거리에서 타원형 궤도를 들고 있다. 햇빛이 명왕성에 도달하는 데는 5시간 27분이 걸린다. 공전 주기 248년, 자전 주기 6일 9시간43분인 명왕성엔 5개의 위성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카론은 반지름이 600km로 명왕성의 절반이다. 지구와 달의 크기 차이가 4 대 1인 것과 비교하면, 위성의 덩치로는 이례적으로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의 무게중심이 명왕성이 아닌 명왕성 바깥 우주공간에 있다. 그래서 둘 사이의 관계를 주-종 관계가 아닌 서로 대등하게 공존하는 관계로 보기도 한다. 명왕성과 카론은 서로 같은 면을 바라보며 마치 아령처럼 서로 공전한다. 명왕성의 공식 명칭 플루토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저승의 신, 카론은 저승으로 가는 강의 배를 젓는 사공 이름이다. 명왕성과 카론이 45도 각도로 충돌한 후 다시 떨어지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묘사한 그림. 연구진은 이 과정을 ‘키스와 포획’(kiss-and-capture)으로 명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흔치 않은 공존관계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두 천체가 가볍게 충돌해 짧은 기간 합쳐졌다가 다시 떨어졌으나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붙잡혀 버린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 달·행성연구소 과학자들은 두 천체의 물질 강도를 반영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리고, 그 내용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두 천체의 관계를 ‘키스와 포획’(kiss-and-capture)으로 명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명왕성과 카론은 애초의 상태를 거의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카론이 명왕성만큼이나 오래된 천체임을 시사한다. 2015년 뉴허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의 위성 카론. 미 항공우주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구-테이아보다 10배 느린 속도로 충돌 카론은 명왕성 반지름의 16배인 1만9600km 거리에서 원형궤도를 그리며 명왕성을 돈다. 과학자들은 이런 관계는 지구와 달처럼 충돌을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카론과 명왕성의 비정상적인 크기 비율은 지구의 달처럼 카론이 두 천체 충돌이 남긴 잔해로 보기 어렵게 한다. 다른 가능성은 두 천체가 충돌 후 서로 포획했을 가능성이다. 연구진은 얼음과 암석으로 이뤄진 명왕성과 카론의 물질 강도를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천체가 충돌하되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고 다시 분리되는 시나리오가 두 천체의 현재 상태를 설명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따르면 카론은 명왕성에 시속 3200km의 속도로 충돌했다. 이는 지구의 달이 만들어질 때 화성 크기 만한 천체 테이아가 충돌한 속도보다 10배가 느린 것이다. 속도가 느린 탓에 충돌한 두 천체는 하나가 되지 않고 눈사람처럼 밀착된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뉴욕타임스에 “두 천체가 단단했기 때문에 충돌 충격으로 부서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카이퍼벨트에 비슷한 유형의 천체 많을 듯 그러다 약 10시간 후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면서 다시 분리되기 시작했고, 카론의 궤도는 점차 현재 위치로 이동했다. 연구진은 당시 명왕성의 자전 주기는 오늘날보다 훨씬 짧은 3시간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0시간이면 밀착한 상태로 세번 정도 돌았을 시간이다. 회전하는 명왕성의 각운동량은 카론을 천천히 밀어냈다. 하지만 카론은 더는 달아나지 못하고 명왕성의 궤도에 갇히고 말았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빌 매키넌 교수(행성과학)는 뉴욕타임스에 “초기 태양계의 카이퍼벨트를 떠도는 것으로 보이는 천체들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충돌 포획’ 시나리오는 합리적인 추론”이라며 “카이퍼벨트에선 충돌-포획이 흔하게 일어나는 과정이어서 이런 유형의 이중천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퍼벨트는 해왕성 궤도 바깥쪽 태양계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도넛 모양의 소행성 밀집구역을 말한다. 논문 제1저자인 애딘 덴튼 박사(현 사우스웨스트연구소 박사후연구원)는 “카이퍼벨트에서 가장 큰 천체 10개 중 8개가 ‘명왕성-카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Capture of an ancient Charon around Pluto. Nat. Geosci. (2025). https://doi.org/10.1038/s41561-024-01612-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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