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서 어떤 모습이 보이시나요? 큰 코와 긴 턱을 가진 나이든 여성인가요, 아니면 갸름한 얼굴의 젊은 여성인가요?
영국 만화작가 윌리엄 엘리 힐이 그린 '나의 아내와 시어머니'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착시 그림' 이죠. 처음엔 찾지 못한 모습이 곰곰이 들여다보면 보입니다.
붉은 페인트와 권총을 가지고 헛간 앞에 선 한 남자. 자신만만하게 헛간 벽을 향해 총을 쏩니다. 총탄 자국이 많은 곳에 둥근 과녁을 그립니다. 그리고는 명사수라도 된 듯 당당하게 돌아섭니다.
어설픈 텍사스 카우보이가 총잡이 행세를 한다는 우화에서 따온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입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아전인수식 착각을 가리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결과입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단일화 이후 계속 여론조사에서 밀렸습니다. 결과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늘 한나라당에선 '숨어있는 5%'란 말이 나옵니다. 지지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결국 이길거다… 확증편향입니다.
오늘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후 최저치에서 급상승해 민주당과 초접전입니다. 국민의힘은 고무된 모양새고, 민주당은 보수층이 일시적으로 몰린 결과라고 평가절하합니다. 이 또한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부분만 보는 착시현상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말했듯 뭐 잘한 게 있다고 여당 지지율이 올라갔을까요? 야당은 계엄 이후 상황을 왜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랍니다.
민심은 냉정합니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텍사스 카우보이는 진정한 명사수가 될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에 담긴 속뜻을 외면한 채 헛발만 쏜다면 여야 모두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1월 17일 앵커칼럼 오늘 '숫자는 과학이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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