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결]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 엄수
공항에서 유족 대기실로 갈 때는 아직 사망자 집계도 안 됐는데 유족이라고 그래서 몇 번이나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몰라요.
울음소리로 가득한 공항에서 저는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기를, 제발 아빠가 조금만 다치셨길 바랐어요.
인터넷 기사를 얼마나 새로고침했는지 몰라요.
댓글이랑 기사에서 가망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도 구출된 두 분 중 한 분이 아빠이길 바라고 또 바랐어요.
아빠, 아프지는 않으셨죠?
비행기 탑승객 전원으로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차라리 아빠의 마지막이 고통이 아니길 빌었어요.
사고 수습을 하면서 아빠를 찾고 보내드릴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아빠가 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아빠 친구분들과 여행 가기 전날에 통화했던 거 기억하세요?
아빠는 저한테 손녀 로하 만나고 싶다고 놀러 오라고 하고 저는 아빠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하시니까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로하랑 놀러 가겠다고 했죠.
이렇게 아빠가 돌아오시지 못하다는 걸 알았다면 놀러 갈걸,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알았다면 아빠를 만나러 갈걸 아니, 여행을 못 가게 할걸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는지 몰라요.
아빠, 시간이 갈수록 일상으로 돌아가겠죠?
아빠 생각으로 가득해서 눈물만 흐르는 이 순간들이 지나고 언젠가는 문득문득 아빠의 흔적을 찾아 추억하면서 웃을 날이 오겠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아빠한테 정말 감사할 게 많아요.
부끄럽고 쑥스러워 말 못 했지만 서른 넘은 딸 공주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요.
우리 로하 보고 싶다고 매일매일 영상통화 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리고 저희 아빠로, 로하의 할아버지로 계셔 줘서 정말 고마워요.
- 발표 : 윤나리(故 윤석호 님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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