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디'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간디의 유골이 갠지스강에 뿌려지고, 그가 남긴 말이 흐릅니다.
"절망을 느낄 때 난 기억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진리와 사랑이 늘 승리했다는 것을..."
인도의 성자로 불린 간디는 막강한 대영제국에 맨손으로 저항했습니다. 폭력을 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죠.
"그들을 자극하는 폭력이 아닌 눈을 뜨게 할 확고함이 필요하다."
미얀마에선 자신들을 막아선 경찰에게 시민들이 장미꽃을 달아줍니다.
소리 없이 독재에 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군경과 맞서지 않았습니다.
때론 거리에 꽃이 가득 담긴 신발이 놓이기도 했습니다.
테러가 잇따르는 프랑스에서도 시위가 금지되자, 파리 광장에 신발이 놓였습니다. 물리적 저항이 아닌, 무언의 시위가 전하는 울림이 더 클 때가 많습니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은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법원으로 난입한 겁니다.
결정에 불만을 갖는 것과 그래도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로 믿어야 할 법원을 공격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경찰을 때리고, 시설물을 부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니는 무리들을 보고, 우리 국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게 자신들의 주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을까요? 그동안 비판해오던 특정 집단의 폭력적 시위와 뭐가 다를까요?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릴 적 많이 듣던 이솝우화에서도 교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웃옷을 벗기는 경쟁을 했던 바람과 해, 누가 결국 이겼나요?
따뜻하고 온화한 태양의 열기가, 거세고 거친 바람의 입김을 이겨냈습니다.
뜨거운 가슴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냉철한 머리가 함께 해야, 그 열기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선을 넘는 분노는 위기만 키울 뿐입니다.
간디의 교훈이 아직도 대한민국에 필요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를 뛰어넘을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1월 20일 앵커칼럼 오늘, '태풍을 이기는 태양'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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