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나와 주장했습니다. 법조팀 박병현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에 공개된 자리에 나와서 입장을 밝힌 게 처음이죠?
[기자]
맞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21일) 국회의 탄핵 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재판관에게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이 잘 살펴주길 바란다', '질문이 있으면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15일, 공수처 조사 때 "계엄은 판,검사의 판단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이번엔 몸을 낮추고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겁니다.
윤 대통령은 발언에서 헌법 수호와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강조했지만,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내란 혐의를 받는 건 대통령 본인입니다.
[앵커]
오늘 굉장히 많은 궤변을 쏟아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증인 심문에 나오겠다는 입장이죠?
[기자]
이 점을 국회 측도 지적했습니다.
당장 모레, 김용현 전 장관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습니다.
군 사령관들이 2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증인으로 나옵니다.
국회 측은 "피청구인이 퇴정한 상황에서 증인신문을 하게 해 달라" 또 "가림막이라도 설치해 달라" 이렇게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증인들이 나와 대통령을 직접 마주하면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 측이 변론을 할 때, 대통령이 앉아 있다면 이와 반대되는 증언을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탄핵심판 3차 변론 : 제가 지금 직무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내용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피청구인인 대통령 저 자신입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평의, 즉 재판관들 회의를 거쳐서 어떻게 할지 정하겠다 했습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 전 들은 것처럼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안다고 했는데, 오늘 보니까 재판관이 직접 물은 질문엔 답변을 제대로 못 하던데요.
[기자]
문형배 재판관이 '비상입법기구 관련한 쪽지를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전달한 적 있냐' 윤 대통령에 물었습니다.
비상입법기구 창설 시도는 국회 무력화 등 국헌 문란 목적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 가운데 하나입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입법기구와 관련해 "기사 통해서 봤는데 기사 내용이 부정확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용현 전 장관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말을 했는데 이것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탄핵심판 3차 변론 : 이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장관 밖에 없는데 국방장관이 그때 이제 구속이 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장에 직접 나와서 또 부정선거론을 꺼내 들지 않았습니까?
[기자]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은 음모론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계엄 전, 대통령에게 선거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보고가 이뤄졌다면서, 이에 따라 팩트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12.3 계엄이 국헌문란 목적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권 행사란 점을 강조한 겁니다.
[앵커]
변론이라기보다는 여론전에 가까운 말들이었는데 대통령 측에서 계속해서 이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 입장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 헌재 재판관이 대통령 측에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물은 내용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재판부의 의중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인데, 헌재는 계엄 선포 절차가 정당했는지, 국헌 문란의 목적이 실제 있었는지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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