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은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밤낮없이 집회를 벌이며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근 고궁과 한옥마을을 찾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놀라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이 안전한 게 맞냐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먼저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 문화가 좋아 우루과이에서 37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파블로 씨.
도착한 한국은 드라마 속 풍경과 달랐습니다.
[빨갱이 좌파들아 물러나라!]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고성과 욕설이 곳곳에서 들려왔습니다.
경복궁 가는 길은 시위대와 경찰 차벽에 막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파블로 토레스/우루과이 관광객 : 지하철로 내려가래요. 정말 당황스럽네요. 가끔 이런 경우가 있긴 하지만 정말, 정말 드문 일이죠.]
2년 반 동안 안국동 일대를 지킨 관광 안내사 김초롱 씨는 요즘 길 안내보단 다른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김초롱/서울시 관광안내사 : 어떤 것 때문에 저렇게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냐고, '우리가 여기서 계속 관광을 해도 안전한 거야?' 이런 질문들을 많이 주셨거든요.]
관광객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가려던 길을 돌아가기도 합니다.
[폴/프랑스 관광객 : 궁금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경찰이 많아서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극렬 지지자들이 중국인을 공격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중국인이 왜 와 여길! 야 중국말 해 봐!]
대만 관광객들은 '대만인'이라고 쓴 스티커를 챙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불안감, 소셜미디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윤석열 때문에 분위기가 살벌하다' '베이글 먹으러 왔다가 갇혔다' '시위대 사이에 갇혀 어이없고, 무섭다'고 썼습니다.
헌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북촌한옥마을엔 관광객 발길이 끊겼습니다.
빈 거리는 경광봉 든 경찰이 채웠고, 고즈넉함 대신 낯선 긴장감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주 변론기일이 끝났지만 안국 일대는 여전히 싸늘합니다.
가게엔 어서 오라는 안내문 대신 '걸터앉지 말라'는 종이만 붙었고, 건너편 도로는 경찰버스가 시야를 다 가렸습니다.
한 번 손상된 이미지를 다시 살리기까진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영상취재 정철원 조용희 / 영상편집 류효정 / 영상디자인 최수진]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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