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법계엄에 동원된 군인은 최소 1500여 명에 달하는 걸로 조사됐지만, 윤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를 동원했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탄핵심판정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말이 자꾸 어긋나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손짓까지 하면서 설명했는데 김 전 장관이 자꾸 '많은 수'를 얘기하자 결국 윤 대통령의 변호인이 "장관은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다급하게 정리했습니다.
하혜빈 기자입니다.
[하혜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 본청, 즉 본회의장이 있는 건물로 들어간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습니다.
[윤갑근/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병력이 국회) 본관에 다 들어갔습니까?]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280명이 질서유지를 위해서 활동했습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다시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윤갑근/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본관에 들어간 숫자가 얼마인지…]
변호인이 고쳐 묻자 김 전 장관은 일단 맞장구를 쳤습니다.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지금 오해를 좀, 280명은 국회 경내에 들어간 인원을 말하는 것이고…]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맞습니다. 본청에.]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맞죠? 본청에, 본회의장 안에 들어간 사람은 12명 밖에 안 돼요. 707부대, 문 깨고, 창문 깨고.]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아아아…]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그걸 지금 오해를 하시고.]
그러자 윤 대통령이 변호인에게 다시 한 번 설명하라고 말한 뒤 웃습니다.
[윤석열/대통령 : 본회의장이 아니라 본관 건물.]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또 같은 답을 했습니다.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건물 안에 있었던 게 280명이라는 겁니다, 건물 안에.]
그러자 웃음기를 거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습니다.
[윤석열/대통령 : 본회의장과 국회 관계자들의 사무실이 있는 본관 건물이 있고요. 또 국회 마당이 있고. 담벼락 바깥에 또 경찰이 있었지 않습니까.]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네네네.]
[윤석열/대통령 : 그런데 특전사 요원들이 본관 건물 안으로 한 20여 명이 들어가는 사진을 어제 봤거든요.]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네.]
[윤석열/대통령 : 본관 건물 안으로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가 있었습니까?]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280명은 본관 안쪽에, 복도든 이쪽 곳곳에 가 있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변호인이 나서 상황을 수습했습니다.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장관님께서 구체적으로 병력의 위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건 없으신 거죠?]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예, 그렇습니다.]
국회 본청 안 병력 280명 공방은 이렇게 몇 번을 오가다 '잘 모른다'로 끝났습니다.
[앵커]
이런 김용현 전 장관의 증언 태도를 보면 자신이 알고 경험한 걸 말하는 것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 측이 먼저 '280명'이란 숫자를 말하니 그걸 듣고 맞장구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 저희가 김 전 장관이 앞선 검찰 조사에서는 뭐라고 진술했는지 확인해 보니 그땐 대통령과 논의한 병력수를 280명이 아니라 많게는 2만에서 3만, 적게도 수천 명이었다고 진술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유선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유선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은 김용현 전 장관에게 계엄에 동원할 병력을 상의한 과정을 물었습니다.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대통령이) 경고를 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니까 소수만 동원하라고 하셨죠?]
김 전 장관이 답하려는데 말을 끊고 '280명' 얘기를 꺼냅니다.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다음 질문이 있습니다.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증인이 약 3천에서 5천 명 정도의 병력 규모를 건의드렸더니 대통령은 250명 정도만 하고.]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네, 그렇습니다.]
[송진호/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증인이 250명 가지고는 국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경계하기에 너무 부족하다고 얘기했더니 대통령이 30명을 추가해서 280명으로 정했고.]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 네, 그렇습니다.]
김 전 장관은 최소 수천 명을 원했는데 윤 대통령이 280명으로 막았다는 겁니다.
이 문답이 오가는 과정에 김 전 장관이 한 말은 '그렇다'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병력 동원과 관련해 280명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조사에서 계엄 선포 이틀 전 윤 대통령이 필요한 병력을 물어 2~3만 명을 얘기했고 윤 대통령 "과하다"고 하자 다시 3천에서 5천 명을 얘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간부로만 편성된 부대가 있냐"고 물어 "수방사 2개 대대와 특전사 2개 여단이 있다"고 답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 경찰이 파악한 병력 규모는 약 1500명으로 280명보다는 김 전 장관이 진술한 2개 대대와 2개 여단 병력에 가깝습니다.
280명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4차 대국민 담화 (2024년 12월) :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영상취재 김영묵 박재현 /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디자인 오은솔 / 영상자막 김형건]
하혜빈 기자,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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