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변신에 가까웠던 우클릭 행보가 '주 52시간제 예외적용' 앞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여당은 보여주기식 쇼에 또 당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는데, 어떤 배경이 있는 건지, 이 대표 행보에 변화가 생기는 건지, 정치부 황정민 기자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황 기자, 그럼 반도체 분야에 주 52시간 근무 예외적용을 법에 담는 건 어려워진 겁니까?
[기자]
야당이 여러 절충안들을 내놓고는 있지만 업계가 요구했던 특례조항이 반영된 법 개정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민주당은 특례조항만 따로 떼서 계속 논의하겠다며 반도체법 2월 내 처리를 공언하고는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례 조항을 뺀 반도체법 통과는 안된다는 입장이죠. 결국, 상임위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공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이 대표가 52시간 예외적용도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얘기를 해서 업계에선 법 통과 가능성을 기대해왔잖요. 결국 당내 반발을 넘지 못한 거라고 봐야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당내 우려와 반발은 물론 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52시간 예외적용은 전혀 다른 성격이란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민생지원금 포기에 이어 분배보다 성장을 강조하거나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발언 등은 일부 반발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직접 표로 이어지는 문제는 아니었단 겁니다. 표 결집력이 강한 양대노총의 집단적인 반발을 이 대표가 무시하긴 어려웠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최근엔 비명계 인사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체성 문제를 들고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거 아닌가요?
[기자]
5선 중진인 이인영 의원이 어제 SNS에 장문의 비판 글을 올렸습니다. "민주당 노동 가치에 반하는 이런 주장은 '실용'이 아니라 '퇴행'"이라면서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라며 상당히 강도 높게 이 대표를 비판했는데요. 여기에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주당은 민주당다운 길을 가야 한다"며 동의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대표의 우클릭으로 생긴 공간을 비명계 주자가 치고 들어오는 모양새인데, 비명계와 당내 통합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이 대표로선 이런 부분도 부담이 됐을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 대표의 우클릭, 진정성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저희도 지적했었는데,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대표가 '흑묘백묘론'을 꺼낸 건 지난달 22일로 윤 대통령 구속 사흘 만이었습니다.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변신이란 해석이 그래서 나왔죠. 다만 외연확장을 위한 실용주의 노선 자체는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한번은 모르겠지만, 또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나온다면 우클릭 행보 자체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여당에선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를 어떻게 대응하겠단 전략인가요?
[기자]
이 대표가 외연 확장으로 이슈 선점에 나선데 대한 여론의 변화 여부는 주의깊게 보면서도 '우클릭' 행보가 여당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나쁠 건 없단 시각도 있습니다. 이른바 '홈그라운드'에서 싸우는 셈이란 겁니다. 여당이 이전부터 주장해왔던 이슈가 많은데요, 국회에서의 숫적 열세로 처리하지 못했던 걸 이 대표가 실제 합의를 해주면 입법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진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겠단 전략으로 보입니다.
[앵커]
우클릭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결국 국민들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죠. 황 기자, 잘들었습니다.
황정민 기자(hj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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