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프랑스 혁명은 '자유, 평등, 박애' 라는 위대한 이상을 선포했습니다. 전 인류의 이상이죠.
그런데, 혁명을 촉발한 건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빵과 소금' 이었습니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배고프고 성난 군중의 외침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한 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브리오슈)를 먹으라 하세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빵 하나 때문에 19년간 옥살이를 한 인물도 있습니다.
"빵 하나를 훔쳤을 뿐이요. 굶주림에 지쳐가는 누이와 조카를 위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를 넘겼습니다. 서민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생선값이 특히 많이 올랐습니다.
내수 부진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합니다. 못난 정치가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제야 여야가 민생행보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평택의 고덕변전소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에 전력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전력 없이 AI 혁명이 없다"며 에너지3법을 독려합니다.
하지만 반도체특별법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클릭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기본사회 대신 성장을 강조하면서 수출기업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치권이 정신을 차린 거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낙태와 이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했던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일자리·물가를 앞세운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지난해 일본 중의원 선거도 정치자금 스캔들이 선거판을 흔들었지만, 유권자는 '물가대책'을 투표 때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합니다.
빵은 이념보다 강합니다. 경제는 정치가 잠잘 때 성장한다지만, 정치의 궁극적 목적도 민생입니다.
고려 시인 이규보의 노래, 읽어봅니다.
'쌀 한 알 한 알이 어찌 가벼우리오.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네. 나는 농부를 부처처럼 존경하노니 부처라도 굶주린 사람 살리기 어려우리.'
2월 6일 앵커칼럼 오늘 '밥이 하늘'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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