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경찰 추산 '대구 단일 집회 중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최근 민심 변화를 둘러싼 여권 내부 분위기가 복잡해지는 모습입니다. 정치부 한송원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한 기자, 일주일 전 부산 집회보다 4배 정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요?
[기자]
경찰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동대구역 집회에는 5만2천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지난주 부산 집회는 만 4천명이 참석한 걸로 추산됐는데 일주일 새 4배 가까이 참석 인원이 늘어난 셈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 수도 5명에서 11명으로 2배 늘었습니다. 어제 집회엔 지도부 출신인 추경호, 윤재옥 전 원내대표도 참석했습니다.
[앵커]
집회 참여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탄핵 정국의 분위기가 처음과는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저지하려했는지, 체포조를 가동시켰는지와 같은 주요 쟁점 관련 증언들의 변화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핵심 증거로 꼽히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 곽종근 전 사령관의 발언들이 번복되면서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듯 합니다.
[앵커]
그런데 앞서 보셨지만, 여전히 지도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인거죠?
[기자]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의원들의 집회 참여는 "개인적 차원"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당 차원에서 집회 사진을 배경으로 카드 뉴스를 제작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걸 보면, '불가근 불가원'의 고민이 깊은 것으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오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모임을 갖는 것 역시 이런 고민의 연장선으로 보이는데요. 참석 대상 중 다수가 관저 집회나 탄핵반대 집회 참석한 걸로 봐선 탄핵 반대 여론에 대한 대응책 논의도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앵커]
여권내 차기 주자들 역시 이런 분위기에 대한 반응을 내기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시사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연말엔 또 이사 가야 한단 생각에 뒤숭숭하다고 했었는데, 어제는 윤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습니다. 아직 여권내 다른 주자들은 반대집회에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그만큼 여론의 향배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물밑 움직임은 더 잦아지는 모습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주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개헌 토론회를 열고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여야 정치 원로들과 종교계를 잇따라 만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민주당도 지금보다 더 집회 규모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겠어요.
[기자]
일단, 공개적으론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요, 앞서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지역 당원들에게 집회 참여 관련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걸 보면 의식하고 있는 걸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제 열렸던 전국 집회 규모를 경찰 공식 추산 집계로 비교해 보면요. 탄핵 반대 집회는 총 10만 명, 찬성 집회는 1만 명 정도로, 차이가 큰 걸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야권에서도 집회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당분간 주말마다 탄핵 찬반 집회가 세대결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여야의 여론전이야 불가피하겠지만, 실체적 진실도 빨리 밝혀졌으면 하네요. 한 기자 잘 들었습니다.
한송원 기자(song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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