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 것처럼 이재명 대표의 오늘 연설, '성장'이란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내용을 듣다보면 '우클릭'인지, '좌클릭'인지 헷갈린다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으실 겁니다. 정치부 김하림 기자와 정치권 뒷얘기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 대표 연설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공정 성장'이란 단어던데, 분배와 성장이란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담았다고 봐야합니까?
[기자]
이 대표는 최근 지금은 "나누는 것보다 성장이 시급하다"며 '우클릭' 행보의 시작을 알렸었죠. 그런데 오늘 연설은 최근 며칠간 보여왔던 이 대표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 대표의 대표 브랜드이자 분배 담론의 한 축인 '기본소득'도 재검토를 고민하겠다고 했었고, 그러면서 당 기본사회 위원장까지 내려놨었는데, 오늘은 다시 들고나왔습니다.
이재명 / 민주당 대표 (신년회견)
"경제적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그 (기본소득 재검토)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중인 정도고"
이재명 (오늘)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
[앵커]
앞서 추경을 위해선 민생회복지원금도 포기할 수 있다고 했었잖아요. 이건 어떤가요?
[기자]
이 대표는 추경 30조원을 제안했는데, 발언에 대해 보충 설명하는 민주당 자료에 그 가운데 3분의 1, 10조원 가량을 민생지원금으로 써야한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물론, 이 대표는 연설에서 특정 항목을 고집하진 않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본사회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재검토하겠다고 한 거였고, 민생지원금 역시 고집하진 않겠단 입장이 바뀐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강조점을 바꾸는 이 대표 특유의 화법이 또 반복되는 것 아니냔 지적은 피할 수 없어보입니다. 여당에선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치킨 먹는 채식주의자'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앵커]
외연확장을 위한 우클릭에 당내 반발이 커진 걸 의식한 것 같긴 한데,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지켜볼 대목이고요. 여당도 전통적 지지층과 중도 확장 사이에서 고민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네, 최근 탄핵 반대집회 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 열린 탄핵반대집회에 5만여 명이 모였습니다. 주최측 추산이 아니라 경찰의 비공식 추산인데, 당초 신고했던 4천명보단 10배 넘고 부산 집회 때보단 4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여당 한 의원은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줄 정도의 여론이라며 고무된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탄핵 반대 여론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지면서 당 지도부로선 실제로 조기 대선 상황이 벌어질 경우 중도 확장으로 급선회 할 수 있을지가 딜레마인 상황입니다. 단순히 외연확장 뿐 아니라 당내에서 공존하는 탄핵 반대, 탄핵 찬성 세력의 통합조차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거란 걱정도 있습니다.
[앵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집회에 가더라도 발언을 주의해달라고 한 것 역시 그런 고민이 반영된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규모가 예상과 달리 커지면서 참여자들을 단순히 '극우세력'으로 치부하며 무시하는 야권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민주당 일각에서도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헌재 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전에 가까운 후유증이 불가피하단 우려가 여야 모두에서 나오는 상황이죠. 헌재가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광장에서 분출하는 정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헌재도 정치권도 더 고민해야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잘들었습니다.
김하림 기자(rim03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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