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지금 이곳 만주에도 의병들이 골칫거리야."
민중의 저력을 두려워하지만, 의병의 고귀한 피로도 나라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총이었습니다.
1894년 2만 동학군은 우금치 고개에서 궤멸됩니다. 일본군 600명, 관군 1660명에게 사실상 전멸됐습니다. 화승총으로는 기관총과 무라타 소총을 당할 수 없었습니다. 세계의 변화에 어두운 채, 애국심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선을 무한 확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역질서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수년간 미국을 이용해 왔고, 그들은 우리에게 엄청난 관세를 부과했지만 우리는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백악관 무역담당 고문은 "무역적자가 큰 나라들부터 사기 치는지 알아내고, 바로잡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 8위인 우리가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FTA를 체결해 거의 모든 미국산 물품이 무관세인데도, 미국이 불합리하다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까지 위험에 빠졌습니다. 대미 수출의 41%가 관세 폭탄 사정권에 든 겁니다.
각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만, 정치가 고장 난 한국은 대책 회의만 열고 있습니다.
1888년 망명지 일본에서,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박영효는 고종에게 개혁 상소를 보냅니다.
"일본이 개화의 도를 취해 다른 부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해, 세계 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온 천하로부터 모욕을 자초하고 있다"고도 했는데, 지금이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습니다.
태평양에서 거대한 해일은 이미 닥쳐오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정치가 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정신 차릴 때입니다.
2월 14일 앵커칼럼 오늘 '우리만 딴 세상'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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