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리더십 철학은 무언가? 언제나 먼저 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들이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나도 아주 어렵게 찾았네. 영적 자극을 주는 것이야."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다음 해인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프링복스'팀이 우승합니다.
흑백 충돌로 2만여 명이 사망한 나라, 약체 팀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흑백 간 증오가 여전했던 그때, 만델라는 흑인 지지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스프링복스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럭비는 알다시피 백인들의 스포츠죠. 스프링복스는 백인 우월의 상징이라 만델라에게 나서지 말라고 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만델라는 백인 선수들을 격려했고, 감동한 선수들은 온몸 바쳐 승리로 나아갔습니다.
지난 주말, 광주 금남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습니다.
찬성은 그렇다 치고, 보수적 색채의 반대 집회가 대규모로 열린 건 처음입니다. 호남 주민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광주에서 탄핵반대 집회를 하는 게 5·18 정신을 계승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쪽은 생각이 달랐습니다. 이재명 대표부터 나서 광주 시위 참여자를 "사람이냐"고 했습니다. "피해자 상가집에서 살인자를 옹호하는 악마와 다를 게 뭐냐"고도 했지요.
분단 상황 같았던 광주 집회를 놓고 각각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반 아파르트 헤이트의 투사 만델라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27년간 갇혔던 그는 로빈 아일랜드 감옥에서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Invictus)'를 암송했습니다.
”밤의 장막이 나를 뒤덮고 이 끝부터 저 끝까지 무덤처럼 검어도 어떤 신에게든 나는 감사하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만델라에게 불가능한 것은 백인을 용서하는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소중히 여겨 주라'는 생각으로, 백인 팀의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그 '영적 자극'이 흑백 간 증오의 불길을 껐습니다.
“6만 5000명의 관중만 응원한 게 아니라, 4300만 명의 온 국민이 응원해 주었습니다."
2월 17일 앵커칼럼 오늘 '증오의 강, 건너야'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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