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직후 열린 법관 회의 당시 판사들의 의견을 입수했습니다.
충격적인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불공정한 재판을 받는다는 느낌을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19일 새벽 3시쯤.
법원 주변을 둘러쌌던 지지자들이 건물 뒤로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후문으로 가야 돼, 후문으로 후문 뚫렸어! 야, 후문 뚫렸어!"
폭도로 돌변한 시위대, 유리창을 깨고 법원 안으로 난입했습니다.
"판사 어디 갔어?"
경찰 저지선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30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건물 집기를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각종 시설을 모두 파괴하는 폭도들.
판사 이름까지 부르며 위협을 쏟아냈습니다.
"OOO 나와. OOO 나와. OOO 나와"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 사태.
판사들에게도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폭동 이후 긴급하게 소집된 전국법관대표회의.
당시 참석한 판사들의 의견을 MBC가 확보했습니다.
판사들은 대체로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집단적·폭력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법부 기능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한 판사는 "법원 공격이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재발할 우려가 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최후의 법적 보루로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상황에도 의연함을 유지해야만 사회의 안정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줄을 이었습니다.
한 판사는 "어떠한 위협에도 흔들림 없이 공정한 재판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법원을 침탈한 폭도들이라도 자신이 받는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폭동 피의자들을 애국전사로 추켜세우는 상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공격 대상이 됐던 법관들은 독립된 사법부로서 공정한 재판을 통한 질서 회복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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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연 기자(kuna@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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