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히틀러와 뮌헨협정을 체결하고 귀국한 영국 수상 체임벌린이 말합니다.
"체코슬로바키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유럽 전역에 평화를 가져올 약속 말입니다."
그러면서 환영 인파를 향해 "집에 돌아가 평안히 주무시라"고 했습니다.
히틀러의 전쟁 협박에 굴복해 체코의 주데텐란트 주를 독일에 할양하고 평화를 구걸한 겁니다.
강대국 틈에서 당사자인 체코는 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했고, 그들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습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4년째를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미국과 러시아간 회담이 열렸습니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낼 것입니다. 24시간 안에 가능합니다."
트럼프는 부활절 전 휴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의 참석이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당장 안보위협에 직면할 유럽 국가들도 종전 협상에서 패싱 당할 듯 합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 안보가 유럽과 영국 안보와 직결된다"며 파병 가능성까지 밝혔습니다.
침략 당한 약소국이 종전·휴전 협상에서 배제되는 '힘의 논리'가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가 조선을 배제하고 일본과 강화협상을 진행했습니다.
6·25때도 우리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휴전협상을 반대하자, 미국이 이승만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에버레디 계획(Plan EverReady)'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며 서방 국가들이 자유와 번영을 누리던 시대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습니다.
국제정세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유·정의· 동맹은 퇴색하고 국가이익만 난무하는 정글식 국제 질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투키디데스는 "정의란 힘이 대등할 때나 통하지, 실제로는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관철하고, 약자는 순응하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내치야 순간이지만, 안보 실수는 우리 모두의 죽음을 가져옵니다. 하루빨리 탄핵 정국을 끝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2월 18일 앵커칼럼 오늘 '우물 안 개구리'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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