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런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꼭 1년이 됐습니다.
사명감으로 버티는 의료진이 간신히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내란으로 더 장기화 된 의료대란의 여파는 의료시스템을 계속 파괴하며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청남도 유일의 권역외상센터인 단국대 병원 중증외상센터, 공사 중이던 건물에서 4미터 아래로 추락한 40대 외국인 노동자가 실려옵니다.
"여기 아파요?"
가쁜 숨을 내뱉는 환자, 초음파, 이동식 엑스레이, CT 촬영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집니다.
20여 분만에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지고, 간이 찢어졌다는 진단이 나오고, 곧이어 가슴에서 피를 빼내는 응급 처치가 이어집니다.
[장성욱/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중증 외상 환자한테는 말 그대로 1분 1초가 중요하기 때문에 빨리 처치해주는게 좋죠."
365일 24시간 운영되야 하는 권역외상센터, 13명의 전담의들이 많게는 한 달에 열 차례씩, 밤을 새워가며 현장을 지킵니다.
[허윤정/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3명, 4명의 전담의들이 당직을 서야 수술을 최소한 할 수 있거든요, 도와줄 다른 인력이 없다 보니까. 정말 최소한의 인력으로 겨우겨우 굴러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수술도 줄여야 했지만, 타지역 환자까지 밀려들며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1년 전 지역과 필수 의료를 개선하겠다며 의대생 2천 명 증원을 전격 발표한 정부,
[조규홍/복지부 장관 (지난해 2월 6일)]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왜 2천 명인지 근거가 없다며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중 90% 이상은 돌아오지 않았고, 초유의 의료 공백은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상급 종합병원의 위암, 간암 등 6대 암 수술 건수는 17% 가까이 줄었고, 살릴 수 있었는데 못 살린 '초과 사망'자가 3천여 명에 달한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갑자기 전공의 업무를 떠맡게 된 PA간호사 등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권지은/서울대병원 간호사]
"이틀 교육시키더니 현장에 투입합니다. 의대 6년 인턴 레지던트의 과정을 단 이틀로 소화할 수 있는 일인가요? 재정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서 중증 환자를 보라는 것은 입원한 환자의 생명을 방치하라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의들 대부분은 여전히 복귀에 회의적이고 이미 상당수는 '의원'등으로 재취업을 한 상태입니다.
[전공의 A씨]
"의료인력추계 위원회도 열리고 근데 돌아갈 만큼의 어떤 그런 모멘텀(계기)은 없고 정부에서도 계속 진정성 있는 그런 대책이라든지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전세 버스 뒷바퀴에 깔려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골든아워를 지켜낸 의료진의 사투로 또 한 번 삶의 기회를 얻은 고 1 태일이.
[김태일(가명) 어머니]
"(외상센터가)저한테는 그냥 드라마였거든요. 명절에 그 드라마를 봤거든요. 그랬는데 우리 가정에 내 아이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고 현실이 됐고 이곳에서 날마다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의료진들은 그런 태일이를 보며 생사의 최전선에서 또 하루를 버텨냅니다.
[장성욱/단국대 권역외상센터장]
"뭐 남들이 얘기하는 사명감이라면 사명감일 텐데 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공백이 생기잖아요. 그럼 그게 너무 두려워서…"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전인제,독고명 / 영상편집: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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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선 기자(ksu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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