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일본 정부가 부끄러운 일이다"
마지막까지 용기를 내 역사를 알렸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길원옥 할머니.
오늘 수요시위에선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일본 정부의 사과도, 일본의 손해배상도 이뤄지지 않는 동안,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제 7명만 남게 됐습니다.
이승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환하게 웃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의 사진이 놓였습니다.
시민들은 꽃을 놓아 위로하고 고개를 숙여 할머니를 추모했습니다.
"길원옥 할머니의 길을 따라 반전 평화와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 만들자! 만들자!"
[류지형/정의기억연대 팀장]
"할머니들이 외치셨던 것처럼 이후 미래 세대에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길원옥 할머니는 고작 열 세 살에 "공장에 취업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가 됐습니다.
이후 수십 년간 그 누구에게도 기억을 털어놓지 않았던 할머닌, 1998년 일흔의 나이에 용기를 내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고 길원옥 할머니(2010년 1월)]
"왜 나만이 부끄러운 일을 당한 거 마냥 내가 이때까지 이렇게 숨어살았나…어린 아이에서 어른까지 이것을 다 알아야만이 전쟁이 없어지고 평화의 나라가 되지 않겠나…"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심지어 일본까지 찾아가 '역사'를 알리고 '피해'를 증언했습니다.
그렇게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로 남은 생을 보냈습니다.
[고 길원옥 할머니(2019년 10월, 미국 워싱턴)]
"나 이제 정말 쉬어도 될까요, 참으로 긴 시간을 나 쉼 없이 달려왔어요. 여기 이렇게 13살 길원옥이의 모습 그대로…"
박근혜 정부 시절 피해자 동의 없이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엔 문서를 공개하라며, "죽기 전에 꼭 진실을 밝히기를 원한다"는 손편지를 써 법원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하지만 끝내 일본 정부의 사과와 책임 인정을 보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우리 법원의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수요시위 바로 옆에선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막말도 계속해서 쏟아집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7명뿐, 할머니의 못 이룬 꿈은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됐습니다.
[고 길원옥 할머니(2017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MBC뉴스 이승지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박찬영 / 자료제공: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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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박찬영
이승지 기자(thislife@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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