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봐."
"질이다, 질. 양을 포기하고 질로 가자는 것도 아니다."
그 유명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입니다.
1993년, 삼성이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국내 최정상 기업으로 호황을 누릴 때 내놓아 더 화제였죠. 이를 계기로 '샘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됩니다.
잘 나갈 때 위기를 실감하는 게 타고난 경영인의 본능일 겁니다.
2% 부족한데도 안주하려는 삼성을 보면서 이 회장의 결심은 굳어졌습니다.
"앞으로 고객에게 제공되는 제품은 품질과 기술력이 없으면 결코 생존하지 못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우리 모두 고객과 함께한다는 새로운 모습으로…"
1995년, 불량 휴대폰 15만 대를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도 나태해지려는 삼성과 단절하려는 단호한 결심 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난 2025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의 신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전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이 훼손됐고, 혁신은 없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삼성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됐습니다.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이 회장은 요구했습니다.
삼성이 남들의 비웃음을 물리치고 과감하게 1980년대 반도체에 진출한 건 인류의 앞길을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인텔은 '과대망상증 환자' 라고 비웃었고, 일본은 '한국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5가지 이유'까지 열거했습니다.
그래도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보고 도전한 기업가 정신,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한 엔지니어들의 헌신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습니다.
애국심도 한몫했습니다.
"밤새 고민하고 고함지르고 하는 게 나나 삼성이 잘 되려는 거냐, 대한민국이 잘 돼야 국민이 밖에서 무시를 안 당한다"
이건희 회장 말처럼 이제 우리가 무시당할 나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이재용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것도 현실입니다.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아야 합니다.
3월 18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다시 다 바꾸자'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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