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 싸우기 위해 항생제를 만든 인류, 이제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항생제를 이겨낸 세균, '슈퍼 박테리아' 입니다. 항생제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했습니다.
인류는 정치 폭주를 막기 위해 법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폐하에게 부탁드릴 것은 자유, 법에 의한 자유(Liberty by law)입니다!"
1215년 영국에서 탄생한 '마그나카르타'는 왕, 위에, 법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왕 마음대로 세금을 거두거나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거죠. '마그나카르타'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법도 항생제처럼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정치가 할 일을 법으로 미루다가, 결국 판결에 목매게 된 오늘의 우리 정치가 그렇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선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선고,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까지 다음 주 끝에 나오면, 사법부 발 '격랑의 한 주'가 될 것입니다. 사법부가 한국 정치의 목줄을 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는 정치권 책임입니다. 여야 간 한 치 양보도 없는 대결이 줄탄핵으로, 비상계엄으로 치닫고, 파산된 정치 뒷수습을 온통 사법부가 짊어졌습니다.
사법부도 덩달아 불신의 늪에 빠져듭니다. '정치의 사법화'가 '사법의 정치화'로 번졌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떨어졌습니다.
법이 정치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토마스 제퍼슨은 사법부에게,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합헌성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재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법이 정치를 대신할 때의 부작용을 간파한 거죠.
선출되지 않은 '권력(사법)'이, 선출된 '대표(정치)'의 권한을 넘어서면 헌법 1조 2항 국민주권의 원칙은 훼손될 것입니다. 국가 전체가 정상화되려면 먼저 정치가 살아야 합니다.
3월 21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사법부에 목맨 여야'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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