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사상 초유의 '구조물 추락 인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슬픔 속에 프로야구의 시계는 잠깐 멈췄고, 창원에서의 충격은 리그와 팬들 모두에게 번졌습니다.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 후속 대처와 재발 방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마저도 순탄하진 않습니다.
구단은 공단에게, 공단은 구단에게 서로 화살을 돌리고 있는 까닭에서입니다.
구조물 추락 사고는 29일 경기 시작 20여 분 만인 17시 20분경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강행됐습니다.
같은 날 경기장 안에 있던 관중들은 사고가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떠한 안전 조치나 사실 고지조차 없었던 까닭에서입니다.
사고 발생 지점이 경기 내내 관중들이 많이 드나드는 1층 매점이었던 만큼,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위험에 노출된 셈입니다.
논란이 확산되며 NC 다이노스 측 이진만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 자리에 나오기 전까지 사고 사실에 대한 충분한 고지조차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주말에 사고가 일어난 탓에 경기장을 즉시 점검해줄 외부 업체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음에도 KBO는 다음 날인 30일 '무관중 경기 진행'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그 결정이 내려진 시점에 피해자는 병원에서 크게 다친 머리를 치료받고 있었고,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제서야 KBO는 추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1일에 펼쳐질 전 경기를 취소하고(창원 경기의 경우 3일까지 경기 취소), 3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두겠다 밝혔습니다.
뒤늦게 본격적으로 전 구장 안전 점검과 그리고 창원 NC파크 사고의 원인 규명이 시작됐는데요.
구단은 "피해자와 유족을 돌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안전 점검은 창원시설공단의 책임"이라고 밝혔습니다. 현행 제도상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은 모두 지자체 소유고, 각 팀은 그걸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창원시설공단은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신속한 수습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유지 관리 및 운영은 사실상 NC의 책임"이라며 공단으로서 해야 하는 안전 점검을 정상적으로 이행했다는 입장입니다. 사고 원인인 부착물 '루버' 의 경우 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정밀한 점검과 진상 규명을 위한 숙의가 아니라, '우리 책임이 아니다' 식 떠넘기기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지점입니다.
한편, 경남경찰청은 이번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 중입니다.
야구장은 2022년부터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었는데, 시설의 안전 관리상 결함으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 또는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 혹은 사망자가 한 명 이상 발생한 경우 해당 사건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됩니다.
이번 사고가 '책임자가 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인정된다면, 해당 사업주, 그러니까 관리 주체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최소 10억 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한껏 치솟고 있다며 자축하던 상황에서 채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끔찍한 사고.
팬들은 야구를 사랑한 '우리와 같은 누군가'를 잃은 슬픔에 잠겼고, 그런 그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선수들의 어깨에는 근조 리본이 달렸습니다.
선수만큼이나 팬들에게도 소중한 '경기장'을 둘러싼 이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스포츠를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누구의 잘못이었는지 밝히고, 책임자와 관련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탕으로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부터가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도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야구장을 찾았을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획·내레이션 전용호 (yhjeon95@ytn.co.kr)
글·구성 박지후 (jihu0105@ytn.co.kr)
제작 박현진 (parkhj0826@ytn.co.kr)
총괄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전용호 (yhjeon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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