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건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현장에선 IMF 때보다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건설사 수주도 급감하면서 전국의 중견 건설사들은 잇달아 부도 사태를 맞고 있는데 돈이 돌지 않는 건설 현장, 먼저 정아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남부와 인천의 시멘트 공급을 담당하는 의왕 양회단지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가 적은 4, 5월은 시멘트 공급이 가장 많은 성수기지만, 운행 중인 트럭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건설 현장 자체가 줄면서 시멘트 수요가 싹 사라진 겁니다.
[장태혁/시멘트 운송업체 대표 : 어제 21대 정도밖에 안 나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한 110~120대가 나가야 할 게 21대밖에…]
건설경기 지표 역할을 하는 시멘트 사용량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한찬수/한국시멘트협회 이사 : 제가 시멘트협회에 입사한 지 28년째인데 올해 같이 시멘트 출하가 감소된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시멘트와 함께 건설 경기를 상징하는 후방산업인 철근 생산 역시 40년 전으로 후퇴한 상황.
건설경기 침체와 원가 급등으로 수주가 크게 줄면서, 업계 전반에 돈줄도 막혔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이 없어서, 공사비가 올라가고 어쨌든 자금 시장이 경직되고 하면서…]
올 들어서만 신동아건설 등 중견건설사 9곳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시공능력 100위권 가운데 지난해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부도 위험에 처한 곳도 12곳에 이릅니다.
줄어든 공사 현장에 일할 곳을 잃은 사람도 많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 일감이 많이 없어진 거 같습니다. 일을 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죠. 우울하죠.]
일감이 없으니 문을 닫는 인력사무소도 급증셉니다.
[인력사무소장/경기 고양시 : 경기가 안 좋으니까 사람도 없고 일도 없고 하니까 그냥 문 닫아버리고… 고양시만 해도 인력 사무실이 지금 문 닫은 데가 꽤 많아요.]
긴 불황과 유동성 위기로 건설업 전체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최무룡 정상원 / 영상편집 백경화 / 영상디자인 고민재]
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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