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소처럼 길을 걷던 남성, 그런데 갑자기 담벼락이 무너지며 조금 전 지나온 길을 덮칩니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 벌어진 아찔한 사고인데, 전국 곳곳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런 낡은 시설물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 남성이 인도를 걸어갑니다.
그리고 1분 뒤 그 인도를 무언가 와르르 덮칩니다.
빈집의 담장입니다.
강한 바람에 담장이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통제선이 쳐졌고 기대지 말라는 경고문도 붙었습니다.
작년에도 담장이 무너졌던 곳.
위험이 늘 도사리던 곳이라 이 경고문 역시 사고 이전부터 붙었습니다.
[김시옥/통장 : {기대지 말라는 경고문은 꽤 오래전부터…} 이건 작년에 붙여놨어요. 작년 꽃 심을 때니까 4월. 한 평 정도가 먼저 작년에 넘어가는 바람에…]
주민들은 여러 번 지자체에 알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김시옥/통장 : 항상 저기 옆으로 가지 말라고 많이 그래요. 진짜 올 게 온 것 같죠. 인도라서 항상 겁나요, 여기가.]
충주시엔 '당장 철거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인 빈집만 149곳입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곳들을 밀착해봤습니다.
집 마당을 보면 이렇게 텃밭도 보이는데요.
얼핏 보면 사람이 살고 있나? 이렇게 보이기도 하는데 더 안쪽으로 들어와보시면 아주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된 모습이 확인됩니다.
눈이나 비를 맞으면 지붕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고…
비바람이 거셌던 이날, 유독 위태로운 상태의 빈집 한 곳을 또 포착했습니다.
이 집은 벽이 갈라지더니 결국 담장도 일부 부서졌습니다.
밀착카메라 취재 결과 당장 안전조치가 필요한 2등급 집인데 이렇게 기둥 한 개만 박아놨습니다.
[이우일/주민 : 무슨 난리에 폭격 맞은 것처럼…귀신 나오게 생겼다고. 빈집에 소주병도 다 내버리고. 여름에는 몰래 자고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취재가 시작되자 지자체도 나섰지만,
[이성호/충주시청 주거환경팀장 : 지금 기둥 1개로 지지가 되고 있는 게 위험해 보이긴 하는데요. 저희도 이 빈집에 대해서 보강이라든지, 철거라든지 그런 쪽으로 안내를…]
당장 해결책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성호/충주시청 주거환경팀장 : 소유주가 '내가 이 빈집을 철거하겠다' 아니면 의지가 있어서 (빈집 정비사업을) 신청해야 하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되거나 주인의 의지가 없을 때는 저희가 강제적으로 철거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붕괴되길 기다리는 수준'인 겁니다.
그러는 사이, 방치된 빈집엔 온갖 쓰레기가 쌓입니다.
우리 동네 쓰레기장이 아니라는 팻말이 붙었지만 이렇게 쓰레기들이 많이 쌓였습니다.
또 이쪽엔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려졌습니다. 그 뒤엔 오래 방치된 빈집이 보입니다.
[주민 : 당장 없애고 싶죠. 그런데 우리가 마음대로 없앨 수가 없잖아. 쓰레기장이지, 이게 다. {이 안에도 엄청나요, 지금.} 자꾸 버려.]
특히 지반이 약해지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방치된 낡은 시설물 점검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전체는 점점 위험지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냥 기둥 몇 개를 새로 박거나 몸을 기대지 말라는 말로는 누구의 안전도 지킬 수 없습니다.
[작가 강은혜 / VJ 김진형 /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권현서]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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