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려던 납북자 가족들과 이걸 막으려는 주민들이 대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날씨 때문에 무산되긴 했지만 주민들 반발에도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앞.
파란색 천막이 들어오자 미리 대기하던 경찰이 차단막을 설치합니다.
천막을 친 쪽은 '전후 납북자 피해 가족 연합회'.
북한에 납치된 부모나 자식의 생사를 알고 싶어, 신상정보가 담긴 소식지를 북으로 날리기 위해 모인 겁니다.
박근혜 정부 이후 10여 년 만입니다.
다음날, 이 소식을 들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 풍선 날리기를 저지하려고 현장에 모였습니다.
[주민 : 우리는 통일촌은 또 그냥 관광객들 해서 먹고사는 건데 관광객도 줄어들 거고…]
가뜩이나 1년 가까이 북한 대남방송 소음에 지쳐있는데, 풍선을 날려 북한을 더 자극하지 말아야 한단 입장입니다.
[주민 : 지금 겨울이니까 창문 닫지만 조금씩 열면, 창문 열어놓으면 얼마나 시끄러울 텐데…스트레스야, 스트레스.]
탈북자 단체들도 이곳에서 대북전단을 종종 날리기 때문인지, '납북자'와 '탈북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주민 : 아주 못 살겠어. 북한으로 도로 가라 그래요. {(이분들은) 탈북자가 아니잖아요. 가족이 북한에 납치된 분들이니까 (개념이) 다른 것 같아서요.} …]
결국 날씨 때문에 풍선 날리기는 중단됐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과 경찰 기동대가 수백명이 배치됐습니다.
이렇게 소위 '남남 갈등'이 생길 걸 알면서도 납북자 가족들이 소식지를 날리려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한귀연/납북 피해자 한귀동 씨 동생 : 정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이렇게 하겠어요? 완전히 지금 잊혀 가고 있는 거예요.]
[장재석/납북 피해자 장기영 씨 아들 : 모르는 국회의원들도 많이 계세요.]
장씨의 아버지 장기영 씨는 지난 1969년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가다 북한으로 납치됐습니다.
56년간 단 한 순간도 남편을 잊은 적이 없다는 이순남 씨.
[이순남/납북 피해자 장기영 씨 부인 : 요놈(막내아들) 3살 때 데리고 김포비행장에 마중 나갔어요. 기다리는데 비행기는 안 오고…(결국) 원산으로 갔다는 라디오 방송이 (오후) 4시에 나왔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그 3살까지 막내아들은 59살이 됐고, 37살 젊은 엄마는 93살이 됐습니다.
두 사람은 김포비행장 마중을 차마 끝낼 수 없습니다.
[이순남/납북 피해자 장기영 씨 부인 : 생사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아파서 돌아간 것도 아니고, 생사람이 있을 곳도 아닌 이북에 넘어가서 이렇게 됐는데…]
엉킨 세월을 푸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이 납북자 송환이나 생사확인 요청에 응하는게 최선인 상황.
가족들도 그 어려움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장재석/납북 피해자 장기영 씨 아들 : 납북자를 만약에 북한에다 이야기하는 건(게) 남북 간의 만남이라든가 그런 것이 성사되겠어요? 북한은요. 납북자가 없다고 그러는 나라예요.]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 촉구하고 있지만 호응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렇게 납북자 가족들은, 그저 '풍선 날리려다 접경지에서 혼란만 부추긴 사람들'로 잠깐 뉴스에 비춰지고, 다시 끝모를 기다림과의 싸움에 들어갑니다.
오늘은 이렇게 상황이 종료됐지만 "우리 사정을 알리는 방법은 이것뿐"이라며 전단 날리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납북자가족단체.
그리고 "북한의 대남방송과 오물풍선의 위협에 이미 지쳤는데, 또 긴장 조장하지말라"는 접경지 주민들.
이들 사이에 간극은 영영 좁혀질 수 없는 걸까요?
[영상편집 홍여울 / 취재지원 장민창 / 작가 강은혜 / 영상취재 박대권 / VJ 김수빈]
정희윤 기자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