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 오스트리아에서 삶을 일군 한 여성이 있습니다.
간호사로 평생을 살았고 이제는 한인 사회의 일원으로 봉사하는 삶을 사는 최춘례 씨.
오늘,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안녕하세요. 저는 파오 간호사로 오스트리아에서 40년간 근무하고 현재는 중동부유럽협의회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춘례입니다.]
이곳은 최춘례 씨가 40년 넘게 살아온 집입니다.
책상 위에는 오래된 사진과 한국에서 가져온 소중한 물건들이 놓여 있습니다.
1973년 5월, 우리나라 간호사 100명이 꿈을 안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왔습니다.
최춘례 씨도 그중 한 명인데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낯선 땅에 첫발을 디딘 간호사들의 여정은 그러나, 쉽지 않았습니다.
앞서 몇 차례에 걸쳐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는 많았지만, 오스트리아는 겨우 100명 남짓.
언어 장벽과 낯선 문화,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밤 울기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빈 지역마다 또 사투리가 또 따로 있어서 우리 병원은 13부였는데 거기 다른 데서 오는 사람들이 사투리 쓸 때는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그때는 이제 사전을 맨날 들고 다니면서 화장실에 가서 막 찾아보면서 '아, 이게 뭐구나' 처음에는 우스운 일도 많이 있었죠. 근데 사람들이 욕할 때 그것이 그것도 단어인 줄 알고 찾아보면 그건 단어는 없었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는 춘례 씨.
병원에서 일하면서 인종차별도 숱하게 겪었습니다.
[최춘례 씨 큰 딸 : 70~80년대에는 한국이 아직 인기가 없었고, 한류나 K-팝도 없었고, K-푸드도 없었죠. 한국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냥 '칭챙총'(인종차별적 표현)만 있었어요.]
그러나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특유의 성실함과 따뜻한 마음은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저희가 왔을 때는 한국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저희가 인정을 못 받았어요. 근데 저희가 진짜 친절하게 열심히 일해 줬을 때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남편 프란츠 브루너 씨도 이때 만났습니다.
브루너 씨는 어머니 병문안을 왔다가 최 씨를 만났고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습니다.
[프란츠 브루너 / 최춘례 씨 남편 : 저는 당시 독일 뮌헨에서 기술자로 일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어머니 병문안을 갔을 때 우연히 제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젠가 서로를 사랑하게 될 두 사람의 만남이었죠.]
최 씨를 비롯해 한국에서 온 간호사들은 한인회를 만들었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문화 대사' 역할은 물론 간호사의 특기를 살린 봉사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혼자 사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가서 거기 가서 방문도 해주고 또 우리 한인사회에서 광복절 때나 무슨 큰일 행사했을 때 가서 의료 봉사도 해주고 그다음에 예방접종도 해주고. 한국 사람들이 여기 와서 여행하다가 다치거나 그랬을 땐 병원에 입원하면 저희가 가서 통역도 해주고.]
그중 합창단 활동은 최 씨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는 봉사인데요.
비엔나한인여성합창단은 위로가 필요한 양로원과 보육원 등을 찾아 위문공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오스트리아 한인 단체로는 처음으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한국 사람은 유달리 저기 노래를 좋아해요. 노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좋아하고 노래를 하다 보면 또 재미가 있고 행복해져요.]
[전미자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최춘례 선생님은 저보다 나이는 많지만 제가 굉장히 존경하고, 존경하는 이유가 많이 있어요. 아주 세 따님을 잘 키우셨고. 굉장히 부지런하시고. 세 번째, 약속을 잘 지키고. 그리고 남을 많이 도와줘요.]
큰 꿈을 안고 오스트리아에 왔던 20대 아가씨는 어느새 일흔이 넘은 노인이 됐습니다.
말도 문화도 낯선 땅에서 누구보다 고단한 인생을 걸어왔지만 지금 그의 삶은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노래처럼, 편안하기만 합니다.
[최춘례 / 파오 간호사·오스트리아 동포 : 내 이웃 내 옆에 있는 사람부터 그 사람들한테 한국이 어떤 곳이며 한국 사람은 어떤 사람이며 한국 문화가 어떤 거며 그런 거를 이제 가르치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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