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3 계엄 사태 당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됐다'는 오보를 냈던 스카이데일리는 5·18 당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신문을 유포하기도 했습니다. 광주시와 5·18재단이 검증단을 꾸려 전면전에 나섰고, 오늘(16일) 스카이데일리는 신문 1면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정해성 기자입니다.
[정해성 기자]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광주 금남로에서 불법 계엄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린 건 지난 2월.
[안정권/유튜버 (지난 2월) : 40년을 이념의 노예로 살고 5·18 때가 묻지 않으면 밥도 못 벌어 먹고사는 동네가 이 동네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공개적인 혐오 발언이 나올 당시, 현장엔 가짜뉴스도 뿌려졌습니다.
'5·18은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스카이데일리 인쇄물입니다.
해당 집회 직후,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온라인 게시물은 340% 급증했습니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은 곧바로 스카이데일리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TF팀을 꾸렸습니다.
스카이데일리 5·18 특별판 기사를 포함해 243건에 달하는 전체 기사에 대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임산부 최미애 씨를 쏜 건 군이 아닌 무장 괴한들이었다'는 제목의 22면 기사.
익명의 계엄군 출신 인사들과 현장 목격자들이 증언했다며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근거로 든 사료를 보면 "공수부대원이 쏜 총에 맞았다", "공수들이 계속 총을 쏘아댔다"는 증언이 명확하게 남아 있습니다.
[유경남/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 : 피해 사실을 왜곡하는 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가해자의 가해 사실을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이기도 해요.]
지난해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최미애 씨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최기영/민변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 : (스카이데일리는) 진술 일부분만을 따온다거나. 사실은 그런 분들이 있었는지 확인될 수 없는 분들을…]
재단과 5.18 유가족들이 가짜뉴스와 전면전에 나선 가운데, 스카이데일리가 오늘 1면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이라고 돌연 선을 긋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단과 5·18 유가족 측은 법적 대응을 이어가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5·18 당시 비극의 상징이 돼 버린 이 '다섯 살 꼬마 상주' 사진. 1980년 5월 계엄군 총탄에 희생된 고 조사천 씨와 그 아들입니다. 그런데 스카이데일리가 고인이 계엄군이 아닌 괴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진상조사위원회의 감식 결과와 어긋난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이어서 김산 기자입니다.
[김산 기자]
다섯 살 아들은 멍하니 아버지의 잿빛 영정을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계엄군이 쏜 총을 맞고 쓰러졌습니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구타하는 걸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조씨가 '괴한의 총격에 희생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씨를 쏜 건 계엄군의 M16이 아니라 출처 불명의 칼빈 소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인도 가슴팍이 아닌 머리 총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취재진은 부인 정동순 씨를 만났습니다.
[정동순 : 모유 수유하고 설거지도 안 끝났는데 (남편 친구가) 나가신 지 얼마 안 돼서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아기 아빠가 총 맞았대요.]
간직하고 있었던 남편의 가슴팍 총상 사진을 가지고 온 정씨.
"M16 총탄으로 희생됐다는 점 확인됐다"는 지난해 진상조사위 감식 결과도 줄줄 외고 있습니다.
[정동순 : 누구한테나 당당히 말했어요. 우리 남편은 (북한군) 칼빈이 아니라 (계엄군) M16으로 돌아가셨다…]
남편을 보내고 맞은 45번째 5월, 정 씨가 직접 고소장을 든 이유입니다.
가짜뉴스 유포자 고소에 유족이 직접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이후 다시 확산하는 가짜뉴스들.
유족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고통 일부만큼이라도 단죄받길 바랄 뿐입니다.
[정동순 : 자기들은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 몰라도 우리 가족들에게는 살인이에요, 살인. 너무 비수를,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 같아요. 한마디 한마디가…]
[영상취재 장정원 이주원 /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디자인 조승우]
정해성 기자, 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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