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여선 씨가 제2회 무산문화대상 문학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생의 위기'를 경험하고 시상식에 참석한 권 씨는 생의 덧없음과 눈부심이 결국 맞닿아 있다는, '소설을 닮은' 아름다운 소감을 남겼습니다. 갑작스런 대선을 앞둔 시민들에게도 따뜻한 다독임을 전했습니다.
[기사내용]
[권여선/소설가]
지난 3월 중순의 어느 새벽, 갑자기 저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 처했습니다.
〈무산문화대상 시상식 (30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올해 무산문화대상에서 문학 부문 대상 받은 권여선 작가
수상 소감 말하는 자리서 최근 겪은 '생의 위기' 털어놔
[권여선/소설가]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일이 단지 1,2분의 지체나 방치로도 충분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정말 당혹스러웠습니다.
의식 가물가물한 와중에도 '시상식 가야 한다'는 생각에 버텼다고
열흘 넘게 누워지내는 동안 무산스님과 신경림 시인 대화 읽으며 '생의 이치' 떠올리기도
[권여선/소설가]
저는 그냥 삶은 단 한 번이면 충분한 거 같습니다. 생의 덧없음도 한 번, 멸의 불가피도 한 번. 그렇게 오직 단 한 번만 존재하고 사라지기.저는 그걸 바랍니다.
오직 한 번임을 잊지 않으니 매 순간이 소중
[권여선/소설가]
사실 모든 상도 한 번밖에 못 받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절절하고 아깝고 눈부시고 그런 것이겠지요.
4월 수술 뒤 회복 중이지만 읽고 쓰는 삶은 '잠시 멈춤'
고통스럽지만, 이번 수상으로 버틸 수 있는 힘 얻었다고
[권여선/소설가]
아주 먼 훗날 제가 늙어 꼬부라져 기억이 희미해져 '아 옛날에 내가 무슨 상을 받았는데' 그러면 옆에 있던 같이 늙어 꼬부라진 애인이 잘못 알아듣고 올바르게 읽어주는 겁니다 .이런 상상이 오늘 저를 웃게 합니다.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로 등단,인간의 고통과 슬픔에 천착
[권여선/소설가]
건너갈 수 없는 존재 사이를, 이 문학이나 또 다른 예술이 그것을 조금이라도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힘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권여선/소설가]
제 소설이 자꾸자꾸 고통의 경계를 조금씩 확장해가는 그런 소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12.3 내란 사태 겪고 급히 마주한 대선
'수상한' 시절 버텨낸 시민에겐 다독임도 전해
[권여선/소설가]
절절하고 어떤 기로에 서 있는 느낌 그런 걸 갖고 있어서.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믿고 나아가는 게 정말 가장 필요한.
[권여선/소설가]
모든 경계를 넘어서 우리가 같이 어떤 마음을 품게 되는 이런 놀라운 경험 속에서 어떤 예술적 체험보다도 큰 그런 시기를 지나고 있어서
[권여선/소설가]
누구를 만나도 눈물겹고 그런 마음으로 서로를 대했으면 좋겠다.
승려이자 시인 무산 조오현 선생의 예술혼과 상생 정신 기리는 무산문화대상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지난해 처음 만들어
예술 분야엔 50년 차 첼리스트 양성원 씨가 사회문화 부문엔 이태석 재단이 상 받아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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