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년공, 검정고시, 비주류.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오랜 기간 비주류였던 당선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까지 여정을 하혜빈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재명/'비전 출사표' 기자회견 :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없는 길을 만들어 왔던 저 이재명이 위대한 국민의 훌륭한 도구로서 위기 극복과 재도약의 길을 열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은 이재명 당선인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주류 정치인이 되기까지 쉽게 넘어간 고비가 없었습니다.
경북 안동 산자락 아래,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지통마을.
이 당선인은 1964년 빈농 집안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이 당선인이 다녔던 이 초등학교는 버스도 다니지 않던 집에서 2시간 반을 꼬박 걸어야 닿았습니다.
[권오선/경북 안동시 : (이 당선인 아버지가) 지게 짊어지고 돈 벌러 댕겼어요. 올 때에 나무 해서. (이 당선인이) 아바이를 따라다니면서 신문을 봤단 말이야. 그때는 신문이 한문 많이 섞여 있거든. 1218 머리가 그만큼 좋았다 이 말이야.]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성남으로 이사를 갔는데 교복 대신 작업복을 입고 '소년공'이 됐습니다.
배움보다 노동이 가까운 시절, 프레스 기계를 다루다 왼팔을 크게 다쳐 장애가 생겼습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시계 공장에서 시계판이 있지 않습니까? 페인트칠 같은 거, 칠을 하는 그런 일을 했었는데 그 때 그 냄새가 강해서 후각을 많이 잃었을 거예요.]
가난의 기억은 훗날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2년) : 가난이 자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가난 때문에 저는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더 많이 세상을 알게 됐습니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 끝에 중앙대 법대에 진학했고,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이후 성남으로 돌아와 시민운동에 발을 담갔습니다.
[장건/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 솔직 담백하고 장난기도 있는 천진난만한 그런 변호사.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 공익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 되겠다고 하는 그런 의지가.]
국내 최초의 시민 발의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동에 뛰어들었는데, 시민 20만 명의 서명을 받은 의료원 설립이 시의회에서 1분도 안돼 무산되는 것을 보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5년) : 눈물을 흘리면서 결심했습니다. 성남 시민들이 그토록 바랐지만 부정한 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병원의 꿈을 성남시장이 돼서라도 반드시 이뤄보겠다고.]
세 번의 도전 끝에 2010년 성남시장이 됐습니다.
청년수당과 지역화폐 등 각종 복지 정책을 펼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6년 촛불 정국 속에서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입지를 넓혔고, 2년 뒤엔 경기도지사가 됐습니다.
계곡에서 수십년 자리 값을 받으면서 바가지 장사를 해왔던 계곡 상인들과 담판을 짓고, 코로나19 시기 집단 감염의 근거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강력한 행정을 집행했던 일은 지금도 당선인을 상징하는 일로 회자됩니다.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이래서 아마 추진력 있는 정치인으로 비추어지지 않는가.]
2021년 7월에는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습니다.
특유의 '사이다 화법'과 실용주의 노선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한주/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 : 현실에서 주어진 거에 대해서 어떻게든지 돌파하겠다고 하는 현실 돌파 경험을 본인이 그렇게 말한 거예요.]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0.73%p,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이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2년) :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닙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습니다.]
같은해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곧이어 당대표로도 선출됐습니다.
'과감한 복귀'와 '무리한 귀환'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2년) : 정권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통합과 단결을 선택했습니다. 위기 극복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유능한 민주당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친명'과 '비명'간 갈등으로 시작된 당 내부 균열이 커졌습니다.
제 1야당 대표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습니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 : 국회의원 이재명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95표 중 가 149표, 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총선에선 이른바 '비명횡사' 논란이 불거졌고, 선거운동 과정에선 피습을 당했습니다.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의원 : 목에 테러를 당했을 때 실제로 크게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어서. 돌이켜보면 선거 기간 내내 테러의 위협이 정말 많았고.]
이런 고비를 넘기면서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당대표 연임에도 성공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4년) :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께 영수회담을 제안 드립니다.]
이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에 대한 각종 특검법안을 추진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정부와 각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로 향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4년) :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들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회로 와 주십시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두 번째 대선 도전이 공식화됐습니다.
과감하게 현실을 봐야한다며 당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했고, 당내외 통합 행보로 윤여준, 이석연, 정은경 등 외부 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고, 비명계로 분류되던 인사들도 품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5년) : 이제부터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입니다. 이제부터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 더욱 단단한 민주당이 되어 '원팀'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통령 당선증을 거머쥔 이재명 당선인.
하지만 살아날 기미가 없는 경제를 살리고 둘로 쪼개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큰 숙제가 그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당선인 (2025년) : 국가의 모든 역량이, 자원과 기회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제대로 쓰여지는 민주공화국. '진짜 대한민국'으로 함께 나아갑시다, 여러분!]
이 당선인이 대선 기간 가장 많이 외친 '진짜 대한민국' 이제는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직접 증명해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택 공영수 김진광 김영묵 신승규 / 영상편집 이지훈 박선호 / 영상디자인 최석헌 / 영상자막 장재영 홍수현]
하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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