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 세계의 도시들은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역사와 기억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도시 개발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한편, 그 과정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는데요.
개발과 보존, 두 가치가 충돌하지 않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안창모 교수와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도시 개발이라고 함은 이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아주 필수적인 부분인데요. 그래서인지 요즘 각 지역에서 이제 각각 도시 개발들을 좀 많이들 하고 계시잖아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창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 개발은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조금 더 잘 살자고 하는 행위인데 지금까지 쭉 개발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가 겪었던 개발이 항상 시대마다 각기 다른 개발이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1960년대를 거치면서 1970∼80년대까지는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개발이었어요. 그런데 90년대를 지나면서 개발만이 답인가라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을 했죠. 과거에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 개발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하면 지금의 개발은 부를 축적하는 것 이외에도 삶의 질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개발이 해야 한다는 거죠.
[앵커]
문화유산이나 아니면 역사 유적지가 개발 구역 내에 있는 경우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요즘에도 갈등이 많이 일어납니까? 어떻습니까?
[안창모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요즘은 예전보다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죠. 우리가 사대문 안에 역사 거주지라고 할 수 있는 북촌을 살리는 운동에 대해서 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업자도 그다음에 시민사회도 그다음에 그것을 중재하거나 전체를 조정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이것이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모두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아주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갈등을 빚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탄생하려면 가장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안창모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1980년∼1990년대까지는 우리는 국가의 부는 개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2000년대가 넘어오면서 이제는 개발만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잘 개발된 성과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의 부가 창출될 수 있다. 이 말은 바로 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죠.
이미 시민들은 북촌을 보존하면서 그런 우리의 옛것에 대한 가치를 즐기는 재미를 알게 된 거예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매료되고 있는 성수나 익선동 같은 지역은 젊은 세대들이 보다 삶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또 일부에서는 부모 세대들이 이런 데서 살았네 재밌네. 이것을 즐기는 거죠.
시대마다 각기 다른 가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면 보존과 개발의 갈등이나 이슈를 보다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이런 도시 개발과 어떤 보존이 함께 잘 이루어진 사례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안창모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저는 선유도 같은 케이스가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생각이 들어요. 선유도는 원래 일제 강점기에는 이렇게 언덕이었습니다. 언덕이었는데 그것을 일본 사람들이 여의도에 비행장을 만들어서 산을 깎기 시작했고 (이후) 한강을 개발하면서 그것이 섬이 돼 버렸는데 당시에 이제 외국에서 어떤 산업혁명으로 폐허가 된 시설들을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원이나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것을 보고 온 건축가가 저 시설은 우리가 어떻게 경제 성장을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이기도 하고 저 건물을 살리면서 이것을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듭시다라고 제안했는데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오늘날과 같은 선유도를 만듭니다.
선유도의 지금 모습은 일제 강점기에 이 아픈 기억, 경제 성장기의 모습, 그리고 이제 우리가 어느 정도 그런 것을 지킬 수 있는 시절이 됐을 때 과거에 우리가 살아왔던 환경과 경험을 어떻게 지금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가게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죠.
[앵커]
결국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개발하면서도 갖고 있는 자연이나 문화 유적 이런 것들을 함께 보존해 나가는 방법이 될 텐데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지켜야 하는 원칙은 무엇이고 또 어떤 방향으로 추구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안창모 /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개발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하는 환상이 가장 무서운 거죠. 지금 우리는 더이상 예전처럼 성장할 수도 없고 인구는 줄어들고,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을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 우리가 그동안 갖고 왔던 우리가 살았던 공간의 소중함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있는 거죠. 공간을 통해서 우리가 알던 사람들과 그다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 무엇이냐. 개발이라는 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또는 그 인식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지워버리는 거거든요.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공유하는 그 무엇을 지키는 작업은 사실 우리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아주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개발과 보존 우리가 삶을 영위함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인데요. 둘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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