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관세 여파에 우리 자동차 수출이 쪼그라들기 시작한 가운데 중고차 수출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습니다. 올 1분기에만 1조원대가 팔려나갔는데, 수출 여건은 이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박소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뿌연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쉴 새 없이 중고차가 오가는 인천항 인근 부지입니다.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퍼센트가 이곳을 통해 해외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바이어 : 금액은 좋고 옵션도 너무 좋으니까 인기가 많아요. 소나타나 아반떼 아니면 제네시스 요즘 잘나가는 거…]
올해 1분기 중고차 수출은 1년 전보다 50% 넘게 급증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전쟁 이후 신차 구입이 어려워진 러시아와 내전이 끝난 시리아로 향하는 중고차가 늘었습니다.
[박석환/관세사 : 예전에는 폐차 수준의 차나 작은 차들이 많이 수출되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차들을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유례 없는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습니다.
중고차 수출 단지로 불리지만 이곳은 건물을 지을 수 없는 나대지입니다.
때문에 폐차된 버스를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습니다.
[중고차 수출 업체 : 불편한 거 여러 가지죠. 첫 번째는 먼지고 흙바닥이니까. 아예 화장실 자체가 없으니까 공중화장실을 간다든가 저 멀리 차 타고.]
인근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합니다.
중고차 수출 단지에서 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한 마을입니다.
이렇게 번호판을 떼진 차랑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이 동네 주민들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 주민 : 한 다섯 달 됐어요. 우리 주차장에다 (주차) 해놓고. 연락처도 없죠. 주차하는 사람들은 주차를 못 해서 야단이죠. 이 XX를 해놨으니.]
2년 전부터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단지 조성은 민간사업자의 자금 문제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사업자는 이곳에 중고차 단지 개발 사업을 승인 받았지만 넉달이 지난 지금까지 착공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중국 바이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임미현/한국자동차산업수출협동조합 대표 : (재작년 말부터) 중국은 개인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고 한국 중고차를 사서 본인들 나라에서 중국 차량이랑 같이 판매하려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우리 중고차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전반적인 체계 정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상취재 이완근 / 영상편집 김지훈 / 영상디자인 곽세미 / 영상자막 장재영]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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