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토니상을 휩쓴 우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유명 원작도 없고 스타 배우도 없는데도 브로드웨이를 흔들어놨습니다. 특히 곳곳에 한국적인 색채를 영리하게 배치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쩌면 해피엔딩'은 기존 브로드웨이 성공작들과 출발부터 달랐습니다.
책이나 음악 등 유명 원작도, 내세울 스타 배우나 작가도 없었습니다.
소박한 소품과 작은 무대, 그리고 4명의 배우가 전부입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출발선에서 일단, 세상 어느 곳에서나 공감하는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택했습니다.
[대런 크리스/주연 배우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에요.]
그러면서도 무대 곳곳에 한국적인 감각을 살려놓았습니다.
"오늘 서울 공기는 맑고 따뜻해"
- 뮤지컬 < 어쩌면 해피엔딩 >
서울과 제주라는 지명을 사용하면서 주인공 로봇이 기르는 식물은 한국어 그대로 '화분'이라 불렀습니다.
화분은 대사 한 마디 없어도 외로움과 고독을 나누는 존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 고유명사로 쓰면서 일상의 화분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게 장치를 했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영리한 전략에 날개를 달아준 건 관객의 입소문과 팬덤입니다.
팬들은 스스로를 작품 속 '반딧불이'로 부르며 직접 만든 피규어나 팬아트를 커뮤니티에 공유하곤 했습니다.
화분은 별도의 소셜 미디어 계정까지 생길 만큼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팬들은 화분을 향해 부지런히 인터뷰를 시도하기까지 합니다.
[화분, 토니상 후보에 오른 소감이 어떠세요?]
한국인 최초의 토니상 수상자, 박천휴 작가는 오늘(1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긴 시간 혼자 외롭게 종이 위에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며 "그저 하던대로, 대신 좀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영상편집 김동준 / 영상자막 심재민 장재영 홍수현]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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