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거도 방파제가 부실하게 지어졌다는 의혹, 어제 전해드렸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정부는 지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설계 공법을 정했습니다. 추후 진행된 지반 조사에서 이 공법이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는 바꾸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김태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준공된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하나당 무게가 1만 톤에 이르는 케이슨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아 만들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12년 8월 설계용역을 통해 이른 바 케이슨 공법을 채택했습니다. 지반 조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시공사가 조사해보니 전체 공사 구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70m에서 연약지반이 나왔습니다.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 1만 톤에 이르는 구조물을 버틸 수 있을까.
방파제 모형이 설치된 수조에 파도가 치기 시작합니다.
50년 빈도의 태풍급 파도가 치자 방파제 아래 바다에 설치된 무게 22톤짜리 테트라포트가 쓸려 내려갑니다.
시간이 지나자 방파제 하부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콘크리트 블록도 파손돼 떨어집니다.
항만기술 전문가
"이미 블록이 날아갔다라고 하면 거기에는 NG라는 용어를 씁니다. (설계)조건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시공사는 전문기관의 실험 결과에 따라 해수부에 연약지반 안정화가 필요없고 건설비도 300억 원 이상 절감되는 다른 공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는 태풍 때 기술적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이유 등으로 기존 공법을 고수했습니다.
당시 해수부 관계자
"케이슨 공법을 경제성이 그러니까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안정성을 갖고 특히 적기 완공을 해서 가거도 주민의 안전을 기하고자 진행했던…"
현행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은 설계의 경제성 검토 결과가 기술적으로 곤란하거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경우가 아니면 이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후 해수부는 연약지반 안정화를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공사비 435억 원을 증액했습니다.
설계 변경은 이후에도 24차례 더 이뤄졌고, 준공 이후 보강공사까지 들어간 총 공사비는 시공사가 최초 낙찰받은 1,189억 원의 두 배가 넘는 2700억 원에 이릅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2019년 태풍 링링으로 발생한 피해 복구와 물가 상승 등으로 설계 변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 김태준입니다.
김태준 기자(goran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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