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보이스피싱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신고만으로도 계좌를 정지할 수 있는 '지급 정지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신종 사기 수법들엔 이 제도가 적용되지 않아서, 여전히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유주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최근 유행하는 군부대 사칭 사기를 당한 50대 음식점 업주.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며 신고하면서 사정을 설명했지만, 경찰과 은행에선 보이스피싱이 아닌 '사기'여서 지급 정지를 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정석철/자영업자]
"상황을 이야기하니까 보이스피싱이 아니라서 안 된다는 거예요. 어차피 보이스피싱이 전화로 한 사기 아닙니까…"
정 씨가 지급 정지를 요청할 때만 해도 연락이 닿던 사칭범들은 수사관을 배정받는 사이 잠적해버렸고, 천만원이 넘는 돈을 고스란히 잃어야 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모의 주식을 거래하는 불법 시스템을 사용하던 한 이용자는 단순히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만 신고해 운영자의 계좌를 정지시켰습니다.
사실 운영자가 위반한 법률은 도박장 개설, 자본시장법 위반이라 보이스피싱에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지급 정지가 결정된 겁니다.
경찰과 금융사가 피해자 진술에 따라 지급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 입장에선 일단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말하는 게 유리한 구조입니다.
이를 악용해 거짓 신고를 통한 지급 정지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법에선 거짓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지만, 한창 투자 리딩방 사기가 유행할 때는 피해자에게 지급 정지를 위한 스토리를 짜주는 브로커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애초 지급 정지가 되는 범죄를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로 한정하면서 법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해 나타난 부작용이기도 합니다.
[이정덕/한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정되는 범위가 좀 좁습니다.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한 정의가 좀 협소하다 보니까 요청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요. 지금보다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지급정지 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법안은 국회에 잠들어 있고, 신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악용을 막을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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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성 기자(jsyou@w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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