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시간을 너무 허비했습니다. 이러다 러시아의 겨울로 들어갑니다."
1812년 러시아를 침공한 나폴레옹 60만 대군 중 귀환한 병사는 단 3만이었습니다.
"우리는 이기고 있어."
어떤 패배도 인정할 수 없었던, 나폴레옹의 오만이 부른 대참사였습니다.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긴 정당 같다'는 탄식이 나옵니다.
"선거에 이긴 정당처럼 행동하고 있는 이 태도가 정말 통탄스럽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은 '민주주의'를 선택의 첫 번째 기준으로 택했습니다. '계엄 심판· 내란 종식' 때문에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비율이 27%였습니다.
대선 패배 후 김문수 후보도 가장 먼저 그 점을 지적했습니다.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이를 지키려는 사명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선 후보 뽑는 과정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고, 김용태 비대위원장 역시 그 문제를 초미의 개혁과제로 제시했습니다.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하겠습니다.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는 보수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당 개혁을 논의해야 할 의원총회를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늘 사퇴하면서 당 개혁안이 오히려 기회주의라고 합니다.
"당의 일부가 자산만 취하면서 다른 일부에게 부채만 떠넘기려는 행태는 기회주의이면서 동시에 분파주의입니다."
비상계엄 이후 민주주의와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서 '독이 든 성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는 그의 호소를 구차한 변명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당인 국민의힘에게 공적인 책임이 먼저입니다.
당의 원로들은 기본을 다시 강조합니다.
"다 버려야 한다. 뼈를 깎듯 반성하고, 살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감내하는 쇄신이 필요하다."
'승리를 통해선 조금 배우지만, 패배를 통해선 모든 걸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에겐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국민의 눈'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이 먼저 요구한 게 '민주주의'였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합니다.
6월 12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눈높이 정치'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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